FTX·크립토닷컴 진출 모색…중소형 거래소 영업 고전 부채질 우려도

사진=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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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들이 국내 시장의 문을 잇따라 두드리고 있다. 거래소를 인수하는게 주요 진출 방식인데, 국내 시장의 안정성과 성장성이 주목받고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부터 해외 가상화폐 거래소의 국내 진출이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미국 거래소 FTX가 빗썸과 매각 협상을 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투자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빗썸 모회사인 비덴트의 주가는 7월에만 42.7% 뛰었다.

비덴트는 'FTX 인수설'에 대해 "FTX와 빗썸코리아·빗썸홀딩스 출자증권의 처분을 위한 접촉과 협의를 한 사실이 있다"고 인정했다. 다만 정해진 내용이 없다는 입장으로 현재까지 공식 발표는 전해지지 않았다.  

빗썸과 매각 협의를 하고 있는 거래소 FTX는 지난 2019년 MIT 출신 샘 뱅크먼-프라이드가 세웠다. 29일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최근 24시간 FTX의 거래량은 업비트(약 17억달러)보다 적은 약 13억달러로 지난해 매출액은 10억2000만달러(약 1조3627억원)다. 

또 홍콩에 본사를 둔 거래소 '크립토닷컴'도 최근 국내 '오케이비트'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오케이비트는 부천에 본사를 둔 거래소로 현재 금융위원회 금융정보분석원에 가상자산 사업자로 신고된 상태다.

인수는 이달 코리아블록체인위크 2022에서 크리스 마잘렉 최고경영자(CEO)가 직접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크립토닷컴은 2016년 설립된 가상자산 플랫폼으로 최근 24시간 거래량은 업비트의 약 10% 수준인 1억6000만달러다. 

지난해 9월엔 패트릭 윤 전 비자코리아 사장을 한국 사장으로 임명하면서 한국 시장에 주력할 것임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러한 해외 거래소의 진출 러시는 국내 시장의 성장성, 안정성이 주요 배경으로 지목되고 있다. 최근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지난해 가상자산 시가총액은 지난해 약 55조원, 일평균 거래 규모는 11조3000억원이다. 또한 투자자는 전국민의 3분의 1수준인 1525만명에 달한다.  

여기에 새 정부 들어 '디지털자산 민·관합동TF'가 출범하고 디지털자산 관련법 등 법 제정에도 속도가 붙으면서,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경영환경을 찾는 해외 거래소들에겐 국내 시장은 '안성맞춤'이라는 이야기다.  

해외 거래소들은 새 거래소를 국내에 만드는 대신 기존에 영업 중인 거래소와 인수 협상을 하는게 덜 부담이 된다. 인프라, 투자자 등을 그대로 이어 받을 수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국내 가상자산 거래 규모는 통화 기준으로 전 세계에서 3위권이며 실제 활성 투자자도 500만~600만 정도라고 한다"면서 "이 정도 규모는 전 세계 어디서도 볼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식으로 사업하려는 해외 거래소는 법적 가이드라인과 성장성이 보장된 우리나라에 들어와서 사업을 하는게 여러모로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고 말했다.

다만, 업계 다른 한편에서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규모가 커지는 건 환영할 만한 일이나 중소형 거래소는 경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는게 주요 내용이다.

실제 가상화폐 가격은 현재 약세를 거듭하고 있고 원화-코인마켓 거래소 간 실적 격차는 더 벌어지고 있다. 신규 사업을 찾으려고 해도 여의치가 않다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으고 있다. 이를 견디지 못한 거래소들이 최근 이탈을 준비하고 이야기도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관계자는 "거래소가 원화 거래 자격을 취득하지 못한 상황에서 해외 거래소와의 협상에서도 성과를 올리지 못할 경우 경영은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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