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원 대표 인터뷰, 빅데이터로 전망한 부동산 하락과 반등
[데일리한국 김지현 기자] 전국이 부동산 불장이었던 지난해 상반기, 당시 내년(2022년)부터는 부동산 대세 하락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꾸준히 경고했던 부동산 전문가가 있었다.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올해 완만한 상승세를 예견했지만 그의 입장은 단호했다. 그는 시장이 한계에 다다랐다며 거래량 감소와 함께 작년 하반기 혹은 올 상반기 변곡점이 찾아와 대세 하락세로 전환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빅데이터 전문가 김기원 데이터노우즈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데이터노우즈는 빅데이터에 기반해 부동산 관련 투자 정보를 제공하는 모바일앱 '리치고'를 운영하는 프롭테크 스타트업이다.
리치고는 실거래가·전세가율·분양물량 같은 부동산 관련 정보들을 정보 자체로 제공하는 대부분의 다른 앱들과 달리, 관련 정보들을 모두 취합해 일정의 알고리즘을 거쳐 투자점수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된다. 투자점수가 높을수록 투자 적기라는 의미다. 개별 아파트별로 최대 4년 후 미래 가격을 전망해 투자점수를 산정, 매수·매도 타이밍을 제시한다.
16일 빅데이터에 기반한 투자점수를 보고 2022년 하락시장을 전망했다는 김기원 대표를 데일리한국이 만나봤다.
다음은 김 대표와의 일문일답.
- 최근 대세하락장에 들어서면 하락폭이 가장 클 것으로 예측되는 단지로 은마아파트, 한보미도맨션 1·2차, 선경1·2차,개포주공 6단지 등을 지목했다.
재건축 아파트는 상승장 막바지에 많이 오른다. 사업성이 좋아져야 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같은 이유로 하락장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사업성이 급속도로 안 좋아지면서 사업 진행이 불가능해질거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로 인한 하락기에도 가장 많이 떨어진 아파트들은 재건축 대상 아파트들이었다.
- 강남이나 서초는 아직 버티고 있다는 의견이 있는데.
아직 하락장 초입이라 그렇다. 리치고 앱의 아파트 랭킹에서 최대가격 하락률 데이터를 보자. 서울, 15년 이내, 300세대 이상 조건으로 조회해보면 20~30%대 하락을 보인 단지들이 상당히 많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데이터일텐데, 그때 최대 40% 가까이 하락했다.
이번 하락은 그때보다 훨씬 더 강력할것이다. 그때는 유동성 위기가 없었고, 거래를 늘리기 위해 금리를 낮췄다. 하지만 이번에는 금리가 계속 올라가고 있다. 그렇다면 이번에는 40~50%까지는 떨어진다고 봐야하지 않겠나.
- 부동산은 지역별, 단지별 심지어 층별 라인별로도 모두 다를 정도로 개별성이 큰 재화다. 일률적으로 어느정도 하락할 것이라고 판단할 수 있나.
당연히 지역별로 다르다. 내가 항상 지역별로 전망하는 이유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지역별로 데이터를 분석해 투자점수화 시키기 때문이다. 단지별로도 다르다. 다만 지금은 대세 하락기라 편차는 있어도 전반적으로 하락할 것이라는 의미다.
데이터로 볼 때 내년에 가장 하락이 심할 곳은 대구와 인천이다. 내년까지는 매수하면 안된다고 본다. 가장 빠르게 반등이 시작될 곳으로는 세종을 보고 있다. 현재 세종의 일자리 증가율이 가장 높고 인구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그에 비해 입주물량은 충분치 않다. 너무 고평가 되서 하락폭이 컸을 뿐, 데이터상으로는 제일 좋은 곳 중 하나다.
- 반등 시기는 언제로 보고 있나.
원래 2008년 금융위기 이후 나타났던 완만한 하락패턴을 생각했다. 그런데 최근 금리가 급속도로 올라가는 것을 보니 IMF형 급락 패턴에 조금 더 가까울 것 같다. 지금 매물이 쌓이는 각도를 봐도 IMF 당시보다 더 가파르다.
이런 패턴으로 진행된다면 빠르면 내년 말 매수 기회가 생기지 않을까 싶다. 물론 지역적으로 차이가 날 것이라는 점은 염두해야 한다.
- 거래가 없어, 상승과 하락을 판단하기 이르다는 의견이 있다.
지금은 2007~2008년과 비교할 수도 없게 부동산이 고평가 된 상태다. 게다가 금리는 계속 상승하고 있고 2020년 하반기부터 2021년 사이에 여력이 있는 사람들은 영끌해서 집을 샀다. 한마디로 지금 집 살 여력이 있는 사람이 없다. 그러다보니 급급매만 팔리고 있는 것이라, 그 자체를 하락이라고 봐야 한다.
지금 호가가 내려가고 있는데, 점차 더 내려갈 것이다. 전세도 가면 갈수록 빠질 것이다. 거래 없는 하락이 더 무서울 수 있다.
- 분양가는 계속 올라가고 있다. 토지와 원자재 등 원가가 급등해 아무리 버블이 있다해도 가격을 낮출수 없는 상황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급자 입장에서 보면 맞는 말이다. 하지만 수요자 입장은 다르다.
한국은행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말 기준 금융기관 3곳 이상에서 빚을 낸 다중채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역대 최고 수준이다. 개인 부채 부담이 높다는 의미다.
그런데 이자와 장바구니 물가가 동시에 급등하고 있다. 이렇게 가처분 소득이 줄어드는데, 누가 부동산을 살 수 있겠나. 거래량이 얼어붙은 이유기도 하다. 지금 여유있는 사람 거의 없을 것이다.
- 다주택자 규제를 풀면 매매가 늘어나지 않을까.
규제가 풀리면 시중에 매물이 더 많이 쌓일 것이다. 그리고 일단 대세 하락장에 접어들면 정부가 어떤 정책을 펼쳐도 막을 수가 없다. 시장 생리가 그렇다.
- 그렇다면 2020년 말부터 2021년 영끌해서 집을 산 사람들은 이 위기를 어떻게 넘겨야 하나.
아직 하락장 초입이다. 지금 한국의 전반적인 경제상황을 보면 더 큰 하락장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금리도 더 올라갈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집이 경매에 넘어가는 분들이 나올 것이다. 그런 위기를 넘기려면 헷징을 해야 한다.
경제상황이 그렇게 흘러갈 경우 올라갈 자산은 달러 뿐이라, 달러 투자를 추천한다. 다만 달러는 상승 움직임이 크지 않기 때문에 2배 레버리지로 헷징해 놓는 것이 좋지 않을까 싶다.
- 리치고에는 다른 부동산앱과 달리 알고리즘으로 도출하는 투자점수 항목이 있다. 일종의 투자 가이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 중 하나가 내 집 마련이다. 그런데 그 결정을 잘하기가 정말 쉽지 않다. 3~4년 정도 유명하다는 강사들의 수업을 모조리 들었다. 그런데 어느 지역이 좋다 안좋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었다. 부동산은 지역마다 싸이클이 다른데 현재 비싼지 싼지, 투자 적기인지 아닌지 판단하게 해주는 수업은 없었다.
그래서 고민하다보니 부동산 관련 지표 뿐 아니라 각종 거시경제 지표까지 살피게 됐는데, 영향을 미치는 요인들이 워낙 많다보니 모두 학습해 이해한다는 것이 보통일이 아니더라.
일반인들은 실거래가나 공급물량, 전세가율 등 파악도 쉽지 않다. 통화량 대비 아파트 시가총액, 소득대비 아파트값 지수, 구매력 지수 등을 지역별 단지별로 스스로 산출해 비교할 수 있을까.
그래서 빅데이터를 이용해서 판단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게 됐다. AI를 통해 부동산에 영향을 미치는 거의 모든 데이터를 조합해 점수화했다.
- 부동산 전문가들도 판단이 제각각이지 않나.
인간이기 때문에 그렇다. 인간은 데이터가 완벽하지 않고, 기준이 일률적이지 않아 틀릴수밖에 없다.
가격에 영향을 미칠수 있는 요소를 빠짐없이 반영해 일률적인 기준에 의해 수치화하면, 판단을 내릴때 믿을만한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무엇보다 인생에 가장 큰 결정을 제대로 된 조언이나 학습없이 내려야 하는 부린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었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앱과 서비스가 부동산 시장 안정화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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