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3월 주총 전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 전망 고조 속
한국CXO연구소 사실상 승진 어려운 몇 가지 이유 제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7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2 국제기능올림픽 특별대회 폐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토토 사이트 커뮤니티 민병무 기자] “‘이재용 회장’ 보다는 ‘이재용 의장’이 묘수가 될 수 있다.” 올해 재계 인사 중 최고의 핫이슈는 삼성 이재용 부회장의 ‘회장 승진’ 여부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8·15특별사면·복권 대상자에 이 부회장을 포함시키면서 회장 승진에 대한 기대는 어느 때보다 고조되고 있다. 재계 등에서는 이르면 올 연말, 늦어도 내년 3월 주주총회 이전에는 회장 승진이 결정될 수 있다는 관측이 높다. 한마디로 회장 승진은 거의 확실시 되고, 단지 시기에 대한 문제로 좁혀지는 양상이다.

이런 상황에서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은 ‘삼성 이재용, 회장 승진이 최선일까’라는 예측 보고서를 18일 발표해 눈길을 끌고 있다. 오 소장의 핵심 결론은 ‘내년 3월 주총 이전에 이재용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할 가능성은 다소 낮다’는 데 방점을 뒀다. 하지만 이런 주장 제기 역시 어디까지나 예측에 불과할 뿐 어떤 결정이 내려질지는 현재로서는 미지수다.

◇ 국정농단 항소심 결심공판서 “회장 타이틀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다” 언급

오 소장은 보고서에서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이 어려운 이유를 몇 가지로 제시했다. 가장 먼저 이 부회장의 2017년 12월 27일 국정 농단 항소심 결심공판 피고인 심문 발언을 꼽았다. 당시 이 부회장은 “앞으로 삼성그룹 회장 타이틀은 없을 것이다. 회장 타이틀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이다”라는 취지로 자신의 생각을 피력했다. 이 부회장이 직접 삼성그룹 회장은 이건희 회장이 마지막일 수 있다는 것을 언급했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이 말을 스스로 뒤집고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이 발언은 이 부회장이 2020년 5월 6일 국민 앞에서 했던 “자녀에게 경영권을 물려주지 않겠다. 4세 경영은 없다”라는 약속과도 연결된다는 점을 오 소장은 강조했다. 자칫 이 부회장이 자신의 과거 생각과 달리 회장직에 전격적으로 오르게 되면, 4세 경영은 없다고 한 발언까지 진정성 문제가 불거질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자녀에게 경영권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약속이 진실하다고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회장 승진 결정은 쉽지 않다는 것이다.

◇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관련 재판 여전히 현재진행형도 부담

여전히 진행 중인 사법 리스크도 회장 승진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로 꼽았다. 이 부회장은 국정 농단 사건 이외에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과 관련한 재판이 현재 진행 중이다. 아직 1심 재판도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항소심과 상고심까지 종결되려면 몇 년 더 걸릴 수밖에 없다.

문제는 재판 결과 여부에 따라 경영 변수가 커진다는 점이다. 여기에 최근 삼성웰스토리와 관련해서도 수사가 한창 진행되고 있다. 이런 사법 리스크가 여전히 남아 있는 상태에서 회장으로 승진했다가 몇 년 후 재판 결과가 좋지 않을 경우 등기임원직을 반납해야 하는 일이 재연될 수도 있다는 것. 이미 국정 농단 사건으로 인해 이 부회장은 사내이사 등기임원에서 내려온 뼈아픈 경험이 있다.

이와 비슷한 상황이 몇 년 후 다시 발생할 경우 이 부회장의 이미지에도 일정 부분 타격은 불가피해진다. 이처럼 남아있는 사법 리스크를 무시하고 단기간 내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이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오 소장은 진단했다.

◇ 대내외적 경영리스크 산적 등 역시 회장 승진에 불리

여기에 각종 경영 리스크에 노출 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 자리에 오르게 되면 중대재해처벌법을 비롯해 경영 실적과 주가에 대한 책임, 국정감사 증인 채택 1순위로 지목될 가능성은 지금보다 더욱 높아진다. 회장 승진으로 인한 기대 효과보다는 책임에 대한 무게감만 더 무거워 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마디로 서둘러 회장으로 승진해야 할 명분이 높지 않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특히 내년 실적은 올해보다 떨어질 가능성은 매우 높게 예측된다.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CEO 자리를 맡게 되면 초기 1년 경영 성적표가 좋지 않게 나올 수 있는 셈이다. 이럴 경우 대외적으로 경영 능력에 대한 혹독한 평가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또 이 부회장은 이미 그룹 총수 자리에 올라 명실공히 삼성 그룹의 1인자 역할을 하고 있는 점도 회장 승진에 연연할 필요성은 현저히 낮다. 글로벌 경영자들도 오래전부터 삼성하면 이재용 부회장이 실질적인 최고 수장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회장 타이틀이 없어도 삼성 그룹의 최고 수장임을 증명하는데 아무런 지장이 없다. 회장으로 승진하더라도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셈이다.

일각에서 제기되는 미등기임원 회장으로 승진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오 소장은 ‘매우 낮다’는 데 무게중심을 뒀다. 자칫 권한만 행사하고 법적 책임을 지지 않으려는 꼼수 승진을 했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이 부회장이 승진을 하게 된다면 회장이라는 타이틀보다 대표이사 직함을 갖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오 소장은 강조했다.

보고서에서 오 소장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이 부회장이 회장이라는 승진 카드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도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구체적으로 회장 대신 ‘이사회 의장’을 맡는 방안도 좋은 묘수가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의장이라는 자리에 오르면 굳이 회장이라는 타이틀을 쓰지 않겠다는 자신의 발언도 지켜냄과 동시에 등기임원으로 책임 경영을 하는 모습도 보여줄 수 있다.

여기에 각종 경영 리스크 등에서도 다소 효율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여러 장점이 있다. 또 장기적으로 볼 때 삼성가 4세가 경영 전면에 참여하지 않은 지배구조를 생각하고 있다면 이 부회장이 먼저 이사회 의장을 맡는 것이 좀 더 적합한 직함이 될 수 있다고 오 소장은 설명했다. 특히 차후에 지주회사 격인 회사가 세워질 경우 그 시점에 맞춰 ‘대표이사 겸 의장’을 맡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오 소장의 주장과 달리 실제 올 연말이나 내년 3월 주총에 맞춰 이 부회장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방안도 현재로서는 여전히 높게 거론되고 있는 흐름이다. 실제 이것이 현실화 되면 대외적으로 오너의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이 부회장을 삼성전자 대표이사 회장으로 의결했다고 발표할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관측된다. 삼성 이 부회장이 어떤 계산법으로 회장 승진 여부를 결정할 것인지 재계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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