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CXO연구소 3분기 그룹총수 33명 조사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는 6조1300억원 감소
[데일리한국 민병무 기자] 올 3분기에도 주식시장이 죽을 쑤면서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 6조1300억(-50.2%),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 1조5700억(-59.8%),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 1조1100억원(-48.5%) 등 국내 33개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이 19조원 가까이 날아갔다. 특히 김범수 창업자는 최근 9개월 새 6조원 넘게 감소한 것을 비롯해 같은 기간 조 단위로 손실을 본 총수도 6명이나 속출했다.
이에 반해 롯데 신동빈 회장 1100억원, 영풍 장형진 회장 610억원, 세아 이순형 회장 330억원, 현대중공업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 105억원 등 4명은 주식재산이 오히려 증가해 눈길을 끌었다.
기업분석전문 한국CXO연구소는 4일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2022년 3분기 주요 그룹 총수 주식평가액 변동 조사’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은 공정거래위원회가 관리하는 대기업집단 중 올해 9월 말 기준 주식평가액이 1000억원 넘는 그룹 총수 33명이다.
33개 그룹 총수의 올해 1월 초 주식평가액은 64조6325억원이었다. 이후 1분기(3월 말) 59조7626억원→2분기(6월 말) 51조4463억원으로 줄더니, 3분기(9월 말)에는 45조7034억원을 기록하며 40조원대로 폭삭 주저앉았다. 9개월새 18조9291억원(29.3%) 수준으로 증발했다. 3분기에만 주식재산 3분의 1이 사라진 셈이다.
◇ 3분기에 조 단위로 하락한 총수만 6명…카카오 김범수 6조 넘게 증발
주식평가액이 조 단위로 하락한 총수는 6명이나 속출했다. 가장 많이 줄어든 총수는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다. 김 창업자는 5910만주가 넘는 카카오 지분을 갖고 있다. 9월 말 기준 김 창업자가 보유한 카카오 주식가치만 해도 3조3000억원을 훌쩍 넘겼다. 여기에 김 창업자는 자신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비상장사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서는 카카오와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함께 보유 중이다. 김 창업자가 케이큐브홀딩스를 통해 쥐고 있는 상장사 지분까지 모두 더할 경우 9월 말 기준 전체 주식재산은 6조933억원으로 계산됐다. 이는 연초 때 파악된 12조2269억원과 비교하면 최근 9개월 새 6조1335억원(50.2%) 정도 줄어든 금액이다. 3분기 들어 주식재산이 반토막으로 쪼그라든 것. 이는 김 창업자와 같이 카카오 지분을 갖고 있는 소액 투자자들의 주식가치도 절반으로 뚝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김 창업자를 비롯해 IT기업 중 1조원 넘는 주식재산을 날린 총수는 3명 더 있었다. 삼성 이재용 부회장도 14조1866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10조8841억원으로 급락했다. 최근 9개월 새 3조3000억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감소했다. 이 부회장의 주식재산은 1분기, 2분기, 3분기에 각각 1조원 넘게 주식재산이 줄어드는 추세를 보였다.
넷마블 방준혁 이사회 의장의 주식가치도 최근 9개월 새 1조5796억원(59.8%↓) 정도 하락했다. 특히 방 의장의 주식평가액은 2조6430억원 수준이던 것이 1조634억원으로 3분기에만 60% 가까이 증발해 해당 주식을 보유한 개미 투자자들의 허탈감은 더욱 컸다. 현재로서는 올 연말에 방 의장이 1조원대 주식재산을 유지할 수 있을 지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네이버 이해진 글로벌투자책임자(GIO) 역시 2조3048억원이던 주식평가액이 1조1861억원으로 밀려났다. 3분기에만 1조1180억원(48.5%↓) 넘게 급락했다. 주식평가액이 9개월 새 절반 정도밖에 남지 않은 셈이다.
IT기업은 아니지만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과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의 주식재산도 1조원 넘게 하락했다. 서경배 회장은 1조2451억원(올초 3조1125억원→9월 말 1조8674억원), 서정진 명예회장은 1조1791억원(10조1864억원→ 9조73억원) 수준으로 떨어진 것으로 파악됐다. 서정진 명예회장은 올 3분기 주식재산 하락률이 11.6%에 불과한 반면, 서경배 회장은 40%나 주식평가액 감소폭이 컸다.
1조원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SK 최태원 회장 역시 8231억원(올초 3조3162억원→9월 말 2조4931억원) 넘게 주식평가액이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차 정의선 회장 역시 같은 기간 6521억원(3조6663억원→3조142억원) 이상 주식가치가 꺾어졌다. 최근 9개월 새 주식재산 감소폭은 최 회장 24.8%, 정 회장 17.8% 수준으로 나타났다.
33명 그룹 중 4명은 주식재산이 증가해 주목을 받았다. 가장 많이 불어난 총수는 롯데 신동빈 회장인 것으로 확인됐다. 신 회장의 주식재산은 연초 기준 6943억원이었는데 9월 말에는 8059억원으로 증가했다. 9개월 새 1115억원(16.1%)이나 되는 주식평가액이 늘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신 회장이 보유한 롯데지주의 보통주 1주당 주가가 1월 3일 2만9850원에서 9월 30일 3만8300원으로 28% 넘게 상승한 영향이 컸다.
영풍 장형진 회장도 4049억원에서 4667억원으로 3분기에만 618억원(15.3%) 넘게 주식평가액이 커졌다. 주식재산이 증가한 데에는 고려아연 주식종목의 1주당 가치가 51만원에서 59만5000원으로 16.7% 상승한 요인이 결정적이었다.
이밖에도 세아 이순형 회장은 336억원(올초 1116억원→9월 말 1449억원), 현대중공업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은 105억원(1조1262억원→1조1367억원) 수준으로 3분기 주식재산이 많아졌다. 특히 이 회장은 세아제강지주, 정 이사장은 HD현대 주식종목의 주식가치가 올초 대비 9월 말에 우상향한 요인이 주효했다.
◇ 주식재산 1조 클럽 가입 총수는 10명…CJ 이재현 회장 1조 클럽 탈락
33개 그룹 총수 중 주식재산 1조 클럽에는 10명이 이름을 올렸다. 올 1월 초와 비교하면 2명 줄어든 숫자다. 1위는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10조8842억원)이 차지했다. 톱3에는 각각 2위 셀트리온 서정진 명예회장(9조73억원), 3위 카카오 김범수 창업자(6조933억원) 순으로 조사됐다.
특히 올 초 때와 비교하면 9월 말 기준 2~3위 주식부자는 순위 자리가 뒤바꿔졌다. 연초에는 김범수 창업자가 서정진 명예회장보다 주식가치가 2조400억원 이상 높았지만, 9월 말에는 서 명예회장이 김 창업자 주식재산보다 2조9100억원 이상 많아지며 넘버2 자리를 꿰찼다. 주식평가액 1~3위에 해당하는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 3분기에만 10조원 넘게 크게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톱5에는 △4위 현대차 정의선 회장(3조142억원) △5위 SK 최태원 회장(2조 4931억원) 순으로 이름을 올렸다. 6~10위는 1조 원대를 보였다. △6위 아모레퍼시픽 서경배 회장(1조8674억원) △7위 LG 구광모 회장(1조8572억원) △8위 네이버 이해진 GIO(1조1861억원) △9위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1조1367억원) △10위 넷마블 방준혁 의장(1조634억원)이 포함됐다.
CJ 이재현 회장은 9월 말 기준 주식재산이 9150억원으로 1조 클럽에서 탈락했다. 이 회장의 주식재산은 올 초 1조1158억원→3월 말 1조1171억원→6월 말 1조209억원으로 1조 클럽에 꾸준히 이름을 올려왔다. 그러다 9월 말에 들어 1조원 미만으로 떨어졌다. 효성 조현준 회장은 3월 말까지는 1조원이 넘었지만 이미 2분기(8216억원) 때부터 1조 클럽에서 빠졌다. 3분기 주식평가액은 6786억원으로 1조원 클럽에서 더 멀어졌다.
이번 조사에서 33개 그룹 총수가 보유하고 있는 개별 주식종목은 100곳 정도다. 이중 올해 연초(1월 3일) 대비 9월 말 기준 1주당 주식가치가 가장 크게 상승한 1~2위는 세아제강과 세아제강지주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두 종목 모두 세아 이순형 회장이 보유하고 있다. 세아제강은 올해 연초 보통주 1주당 종가가 9만5900원인데 9월 30일에는 14만8000원으로 54.3%나 수직상승했다. 같은 기간 세아제강지주 역시 10만 원에서 15만500원으로 50.5%나 퀀텀점프했다.
이외 최근 9개월 새 주가가 20% 이상 주가가 뛴 곳은 3곳 더 있었다. △롯데지주 28.3%↑(2만9850원→3만8300원) △롯데칠성음료 21.8%↑(13만1000원→15만9500원) △영풍정밀 20.6%↑(9000원→1만850원) 등으로 조사됐다.
한국CXO연구소 오일선 연구소장은 “그룹 총수의 주식재산은 올 초 대비 1분기(3월말), 2분기(6월말), 3분기(9월말)에 지속적으로 내려가고 있는 상황인데다 내년에는 올해보다 경영 여건이 더 불안정해 올 4분기에도 반등의 기회를 찾을 가능성이 뚜렷하지 않다”며 “특히 IT기업 그룹 총수들이 보유한 주식종목들이 올 연말에 3분기 때보다 더 떨어질 경우 국내 주식 시장에 대한 불신은 더욱 팽배해져 향후 개미 투자자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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