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츠 외 실적 급감...1조 클럽 증권사 실종
수수료 부진에 IB마저 타격...'먹거리 실종'
"내년도 어렵다"...선제적 대비책 마련 한창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올해 증권업계는 고개를 푹 숙이고 내리막길만 걸었다.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금리 인상 등 영향에 시장은 일찌감치 얼어붙었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레고랜드 사태가 터지면서 유동성 위기까지 직면했다.
증시 위축에 증권사들이 휘청인 적은 많았지만, 올해는 사정이 더 안좋다. 신규 먹거리로 공들여 키워 온 IB(기업금융)가 금리 인상과 부동산 시장 위축에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에 증권사들은 사실상 당분간 새로운 수익원을 찾기 힘든 상황과 마주했다. 특히, 내년 상황도 올해보다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우려된다.
증권업계는 선제적인 조치에 나섰다. 변화보다는 안정에 초점을 맞추고 CEO(최고경영자)를 유임시키고, IB보다는 리테일 사업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 6개 주요증권사 2022년 영업익 전년 比 39.7%↓ 전망
27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아직 4분기 실적이 남았지만, 올해 대부분 증권사들이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 전망이다. 지난해 실적 잔치를 벌였던 기억이 남아있는 증권사들에게는 더욱 아쉬울 수 밖에 없다.
금융정보업체 애프엔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메리츠증권, 삼성증권, 키움증권, NH투자증권)의 연간 영업이익 합계는 4조6850억원으로 전년 대비 39.7%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7조7699억원을 기록해 2020년 대비 46.87% 성장한 것과는 정반대 모습이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 합계는 지난 2020년과 비교해도 -11.44% 감소한 수치다.
증권사별로는 메리츠증권을 제외하고 모두 큰 폭의 이익 감소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지난해 영업이익 1조원을 넘겼던 미래에셋증권, 한국금융지주, 삼성증권, NH투자증권, 키움증권 등 5개 증권사 가운데, 올해 1조원에 근접할 것으로 예상되는 곳은 미래에셋증권(9790억원)이 유일하다.
메리츠증권의 연간 예상 영업이익은 9470억원으로 지난해 9489억원과 유사한 실적을 달성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외에 NH투자증권(전년 대비 -60.09%), 삼성증권(-46.87%), 키움증권(-43.52%), 한국금융지주(-43.17%) 등은 모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적 감소의 주된 원인은 시장 한파에 따른 수수료 수익 감소다.
여기에 실적 버팀목이었던 IB에서도 금리 인상으로 채권운용손실이 크게 발생했고, IPO(기업공개) 시장마저 지지부진했다. 아울러 하반기에는 부동산 시장 위축으로 부동산PF(프로젝트파이낸싱) 딜마저 사라졌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올해를 돌아보면 예측하지 못한 이변의 연속이라고 밖에 표현하지 못하겠다"며 "시장의 우려보다 안좋은 결과가 이어지면서 업계 불안감이 커졌다"고 말했다.
◇ "버티고 보자"...내년 증권업계 전망도 '흐림'
문제는 내년도 업황 회복을 기대하기 힘들다는 점이다. 이미 연말 각종 지표에서 적신호가 들어왔다.
최근 가장 뚜렷하게 확인되는 점은 투자자들이 시장을 떠나고 있는 것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일평균 거래대금은 이달 들어 5조원대까지 떨어졌다. 지난 26일 5조2058억원을 기록했고, 19일에는 5조181억원까지 내려가기도 했다. 지난해 연평균 거래대금은 8조7257억원이었다.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도 연저점을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 22일 투자자예탁금은 43조3091억원까지 하락했다. 투자자예탁금이 43조원대로 내려간 것은 약 2년 7개월 만이다. 연고점과 비교해봐도 40% 이상 감소했다.
이에 따라 증권업계에서는 일단 내년까지 버티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먼저 연말 인사에서 대부분의 CEO를 유임시키며 변화보다는 안정을 선택했다. 또 그동안 키워왔던 IB의 규모를 줄이고, 리테일을 강화하고 있다.
실제 KB증권과, 삼성증권 등이 CEO를 연임하기로 이미 결정했고, 미래에셋증권, 한국투자증권, 키움증권 등도 현 CEO를 유지할 가능성이 크다.
또 CEO를 변경한 하나증권의 경우, 리테일에 강점이 있는 신규 대표를 임명했다. CEO 임기가 남은 NH투자증권은 조직개편을 통해 리테일 사업을 강화했다.
중소형사들은 긴축 움직임이 활발하다. 케이프투자증권은 법인과 리서치 조직 폐쇄를 결정했고, 다올투자증권과 하이투자증권 등이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다올투자증권은 태국 법인과 다올인베스트먼트 등 자산 매각을 결정하기도 했다.
또 다른 증권업계 관계자는 "내년 상반기까지 힘든 상황이 이어질 것이라는 분위기가 팽배하다"며 "하지만 불황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도 적지 않기 때문에 하반기 증권사들의 반등을 기대해도 된다는 말을 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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