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신한·우리·하나, 순익 10조 육박…금리 상승 덕 봤다
은행 호황 이면…금융당국·소비자 "이자장사 비판" 지속
조용병 용퇴, 손병환 교체…"인사철 속 낙하산 논란 모락"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올해 은행들은 매 분기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호황기를 맞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선 고금리로 은행권 전체가 '이자장사'를 한다는 구설수가 끊이지 않았고 수백억에 달하는 횡령사건도 연이어 발생했다. 연말 인사철이 다가오면서는 정치권 '외풍' 논란도 불거지면서 은행권은 바람 잘 날 없는 2022년이었다.
◇ KB·신한·우리·하나, 순익 10조 육박…금리 상승 덕 봤다
28일 금융감독원(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국내 4대 은행(KB·신한·우리·하나)의 순익(연결기준)은 총 9조7526억원을 달성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8조2770억원에 비해 17.8% 증가한 수준으로 세 분기 만에 작년 연간 순이익(9조9938억원)에 육박했다.
은행별로는 신한은행이 2조5930억원으로 가장 많은 순익을 기록했다. 이어 △국민은행 2조5212억원 △우리은행 2조3818억원 △하나은행 2조2566억원 순으로 나타났다. 은행별로는 1년 만에 14~21% 불어난 수준으로, 이외 은행들도 호실적을 기록했다.
은행의 호황은 기준금리가 오르면서 예대마진이 벌어진게 주요 배경이다. 올해 세계 경제는 △코로나19 확산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중국 봉쇄령 등으로 침체가 이어졌고, 각국의 중앙은행은 긴축 기조를 고수했다. 한국은행도 올해 기준금리를 3.25%까지 상향 조정했다. 이는 은행의 대출금리를 자극했고, 이익은 더 늘어났다.
자금 흐름도 은행으로 집중됐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예금은행의 총수신은 2259조원으로 전월 대비 6조5000억원 증가했다. 전년 대비 증가율로 살펴보면 17개월 연속으로 수신이 여신을 넘어선 상태로 나타났다. 특히 정기예금은 지난달에만 28조원 증가해 2010년 10월 이후 가장 높은 성장률을 보인 것으로 집계됐다.
◇ 은행 호황의 이면…금융당국·소비자 "이자장사 비판" 지속
은행업계는 호황을 맞았지만, 이를 바라보는 반응은 싸늘했다. 경기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은행이 '이자장사'에만 몰두하고 있다는 비판이 정치·금융권 안팎에서 계속된 것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은행권의 이자장사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은행들이 예금금리를 눈꼽만큼 올리고, 대출금리는 한껏 올리면서 '손쉬운 이자놀이'로 막대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는 양정숙 무소속 의원의 지적에 "금리인상기 은행 등 금융기관들이 많은 이익을 취하게 된 것은 우리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것이 본인들의 노력만으로 거둔 이득인가에 대해선 비판적으로 볼 부분이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후 은행별 예대금리차 공시가 시작되기도 했다.
진보당도 신한은행 본점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대출금리 인하 등 대책을 촉구했다. 윤희숙 진보당 상임대표는 "당정이 '서민 취약계층 금융부담 완화대책'을 논의하고 중도상환 수수료 면제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으나, 고금리 이자 빚에 시달리고 있는 서민 중에 일시 원금 상황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필요한 것은 고금리 이자 빚에 시달리고 있는 실제 서민, 취약계층을 위한 실질적 금융복지 대책이다"라며 "기준금리 인상기를 빌미로 막대한 이자장사를 하고 있는 은행의 과도한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수백억 횡령, 내부통제 부실 수면 위로…은행권 안팎 '발칵'
또 은행권에선 횡령사고도 끊이지 않았다. 특히 지난 4월 우리은행에서 발생한 횡령사고의 규모는 700억원이 넘었다. 금감원에 따르면 전 우리은행 기업개선부 직원이 지난 2012년부터 2020년까지 8년간 빼돌린 금액은 707억원으로 나타났다. 이 직원은 우리은행이 보유하고 있던 출자전환주식을 무단 인출하거나 매각 계약금을 횡령했다.
뿐만 아니라 이를 알아채지 못한 우리은행의 부실한 내부통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7월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해 우리은행의 횡령사고를 '구조적인 문제'라고 입을 모으며 이 문제를 전반적으로 살펴보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횡령 직원에 대한 재판은 진행 중이며, 검찰은 횡령을 도운 혐의를 받는 조력자 7명도 재판에 넘겼다. 이중 1명은 구속기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외에도 새마을금고 등에서도 횡령 사고가 터지면서 은행권 안팎의 도덕적 해이 논란은 올 한해 계속됐다. 이와 관련 주요 5대 은행장(KB·신한·우리·하나·농협)은 지난 10월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 출석해 횡령에 대한 사과와 함께 재발방지를 약속한 바 있다.
◇ 조용병 용퇴, 손병환 교체…"CEO 인사철, 낙하산 논란 모락"
연말이 다가오면서 금융사 CEO들의 인사도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임기가 만료된 회장·은행장이 대부분 교체되면서 은행권은 변화를 준비하는 모양새다. 우선 신한금융그룹에서는 조용병 현 회장이 용퇴하면서 진옥동 신한은행장이 차기 회장으로 내정됐다. 새 은행장에는 한용구 현 부행장이 지목됐다.
또 차기 하나은행장으로는 이승열 현 하나생명 사장이 지목됐으며, 대구·전북·광주 등 지방은행장도 교체됐다. NH농협금융그룹에선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손병환 회장의 뒤를 이었다. 또 차기 농협은행장으론 이석용 농협중앙회 기획조정본부장이 추천됐다.
다만, 정권발(發) 낙하산 인사 논란은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차기 농협금융 회장으로 낙점된 이석준 전 국무조정실장이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 캠프에 몸담았다는게 알려지면서 업계의 반발을 사고 있는 것이다. 아직 회장·은행장이 확정되지 않은 BNK금융, IBK기업은행 노조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특히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차기 기업은행장의 물망에 오르면서 기업은행 노조는 현 정부의 인사 정책을 지적하고 나섰다. 김형선 노조 위원장은 지난 26일 기자회견에서 정은보 전 금감원장이 기업은행장으로 온다는 것은 공무원, 공직자가 퇴직 후 3년간 법인, 유관기관 등에 취업할 수 없다는 공직자윤리법을 어기는 일이라며 강력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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