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구업계, 원자재 비용 상승·주택거래 절벽 이중고
경기 침체 장기화에 렌털업계도 수익성 방어 실패
[데일리한국 홍정표 기자] 코로나19 기간 외부 활동이 줄면서 지난 몇년간 ‘집꾸족(집 인테리어에 투자하는 사람들)’ 특수를 맞았던 가구·리빙업계가 올해에는 대내외 악재로 휘청거렸다. 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며 이익률이 대폭 하락했고,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거래 심리가 위축되면서 업계 전반적으로 보릿고개를 넘고 있다.
◇원자재가격 급등에 주택거래 절벽까지…1년새 수차례 가격 인상
가구·인테리어 업계의 원자재·물류 비용 상승의 직격탄은 올해도 계속됐다. 지난해부터 가구 제조에서 주된 원자재인 파티클보드(PB)의 가격이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따르면 한샘이 매입한 PB가격은 2019년 매당 8725원에서 2020년 8832원, 2021년 1만2000원으로 지속 상승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지면서 상황은 악화됐다. 우리나라의 PB 해외 수입 비중은 전체의 85%를 차지할 정도로 높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의존도가 높은 러시아산 목재 수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올 초부터 연이어 가격 인상에 나섰다. 한샘은 지난 2월에 창호·도어 제품을, 3월에는 부엌·바스·마루·벽지 가격을 각각 4% 가량 인상했다. 하반기에도 계속해 가격 인상을 실시하면서 올해에만 5차례 가격을 올렸다.
현대리바트도 지난 1월 주방·거실 제품의 가격을 5% 인상했고, 6월과 9월에 추가로 가격 인상했다.
퍼시스그룹의 일룸은 지난 5월 침대 소파 테이블 등 500여개 품목 가격을 평균 4% 인상했으며, 9월에는 소파 제품의 가격을 올렸다.
이케아, 신세계까사 및 에이스·씰리침대 등 침대업계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하반기에는 원자재 가격이 소폭 하락세로 돌아섰지만, 금리 인상의 여파가 본격화되면서 가구 업계는 또 다른 악재를 맞았다.
금리 인상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됐고, 이에 따라 이사 수요가 감소하면서 가구·인테리어 시장이 얼어붙었다.
이는 가구·인테리어 업계 실적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샘은 3분기 연결기준 136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으며, 현대리바트는 같은 기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5억원으로 지난해 동기 대비 87% 줄었다.
◇내년도 쉽지 않아…중장기 플랜·프리미엄으로 돌파구 마련
가구·인테리어 업계는 경치 침체의 분위기 속에서도 시장이 회복됐을 때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 중장기 플랜으로 판매채널 확대 및 서비스 품질 향상 등에 힘썼다.
한샘은 디지털 플랫폼 개발을 통해 인테리어부터 시공·AS에 이르는 원스톱 서비스를 선보였다. 지난 10월에는 ‘무한책임’ 리모델링 시스템을 도입해 시공 품질을 강화했다.
현대리바트와 신세계까사는 각각 모회사의 유통 채널을 활용해 제품을 체험할 수 있는 체험형 매장을 늘리며 고객 경험을 지속 확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마진율이 높고 일정한 수요가 유지되는 초고가 프리미엄 라인업을 강화해 돌파구를 마련했다.
현대리바트는 지난 6월 서울 강남구 논현동 가구거리에 이탈리아 하이엔드 가구 브랜드 ‘죠르제띠(GIORGETTI)’ 플래그십 스토어를 오픈했다.
죠르제띠는 1898년 이탈리아에서 설립된 가구 브랜드다. 현대리바트가 지난해 8월 국내에 론칭한 이후 2개월여만에 8000만원대의 식탁 ‘아마데우스’ 등을 30점 판매하며 매출 4억원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신세계까사 역시 지난 5월 프리미엄 소파 라인업 ‘캄포’를 침대와 침구 카테고리로 확장했다. 캄포는 2019년 신세계까사가 상품 고급화 전략의 일환으로 출시한 패브릭 모듈형 소파다.
LX하우시스도 프리미엄 인테리어 브랜드 ‘LX Z:IN(지인)’ 제품들을 리뉴얼하며, 신소재를 적용한 프리미엄 라인업 역시 추가로 선보였다.
◇길어진 불황에 렌털업계도 ‘휘청’
렌털업계는 하반기부터 불황의 여파를 고스란히 받았다. 일반적으로 렌털은 불황에 강한 업종으로 평가받는다.
수년 단위의 장기 계약으로 단기 불황에 받는 영향이 적고, 분할 납부로 초기 비용이 낮아 소비자에게 큰 부담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3분기에는 희비가 갈렸다. 코웨이는 말레이시아 등 해외 매출 성과에 힘입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코웨이는 3분기 매출 9698억원과 영업이익 1651억원을 기록하며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3.8%, 0.8% 늘렸다.
하지만 SK매직과 쿠쿠홈시스는 각각 3분기 영업이익이 77%, 25.9% 감소하는 등 실적 하락을 면치못했다.
고물가·고금리의 영향으로 소비 둔화가 일어나면서 렌털에 마저 씀씀이를 줄이는 소비자가 늘어났고, 부동산 거래는 절벽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신규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업계는 분석했다.
내부적인 요인도 작용했다. SK매직은 지난 7월부터 전산시스템 교체 작업에 들어갔는데 이 관련 비용 대부분이 3분기 실적에 반영됐다.
쿠쿠홈시스도 회계 기준 변동으로 인해 비용이 크게 잡힌 것으로 알려졌다.
렌털업계는 내년에 품목 확대를 통한 패키지 판매, 해외 시장 공략 등 신사업을 통해 성장세를 회복에 나선다.
기존 주력 렌털 제품군들이 국내 시장에서 포화 상태에 이르렀기 때문에 추가 제품과의 시너지를 노리거나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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