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EU간 탄소배출권 가격차 줄이는데 동의하지만 수출경쟁력 하락 우려"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재생에너지 판매사업자가 수익성이 좋은 '신재생 에너지 공급의무화 제도(RPS)'사업에 몰리는 바람에 RE100(재생에너지 100%) 기업들이 목표달성에 애로를 겪고 있다.
7일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RE100 기업들은 대부분 제조업을 영위하기 때문에 전력 구매가격이 중요한데, RE100 기업들이 제시하는 전력구매가격에 호응하는 재생에너지 판매사업자가 부족하다는 호소다.
재생에너지 판매사업자들은 RPS제도가 RE100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보장하기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어서 양측이 접점을 쉽게 찾지 못하고 있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정 수익을 보장하는 재생에너지발전 보급이 활성화되려면 탄소배출권 가격이 현실화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윤정원 SK E&S 재생에너지그룹장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RPS로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가 몰리는 바람에 RE100 목표 이행할 방법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SK E&S은 도시가스를 판매하는 에너지기업으로, RE100 대상이 아니지만 RE100에 준하는 재생에너지 보급 의지를 갖고 있다. 다른 SK그룹 계열사가 RE100 운동에 동참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RE100 기업이 제시하는 전력단가는 kWh당 140원대이다. 이에 반해 RPS에 참여하는 현재 재생에너지발전소 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태양광판매사업자들은 kWh당 160원 전후를 RPS의무공급자로부터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RPS는 전력판매금액에 공급인증서(REC) 가격을 덧붙여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에게 제시하기 때문에 흡입력이 강하다. RE100 사업자들이 전력구매가격을 높이지 않고선 재생에너지 확충에 애로를 겪을 수 밖에 없는 구조다.
재생에너지 판매사업자들도 할 말은 있다. 적정 투자수익률을 얻으려면 전력을 높은 가격에 팔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A 재생에너지발전사업자는 “MW당 12억원 가량의 건설비가 드는 태양광발전소의 경우 설비용량을 100MW 규모 이상으로 늘리고 전력을 kWh당 160원대로 판매해야 6%의 투자수익률(ROI)을 겨우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현실 타개에 적극 나서야할 정책당국은 정작 손을 놓고 있다. 다만 RPS와 RE100 제도를 통해 재생에너지 보급정책을 수립했다는데 의미를 두고 있을 뿐이다.
최연우 산업부 재생에너지정책관은 “RPS와 RE100은 서로 다른 것”이라며 “산업부는 양 제도를 마련해 재생에너지발전 사업에 길을 텃다”고 말했다. RPS는 일정규모 이상의 발전사업자가 신재생에너지를 의무적으로 공급해야하는 정책이고, RE100은 민간의 자발적인 재생에너지 보급 캠페인이기 때문에 다른 범주에 속한다는 입장이다.
사실 RE100을 실현하는 데는 재생에너지 확충 외에 REC구입 등 다른 방법도 있다. 또 지난 2021년1월 '한국형 RE100(K-RE100)'을 도입, 현실적인 RE100 달성 방법을 제시해왔다.
업계에선 RE100을 활성화하려면 한국 탄소배출권의 가격을 유럽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탄소배출권은 지난 3일 톤당 1만3000원선에 거래됐다. 반면 유럽에선 같은날 탄소배출권 가격이 97.09유로를 기록했다. 한화로 톤당 13만4600원선으로 한국보다 10배나 비싸다. 높은 탄소가격은 EU 역내 국가들이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확충에 나서는 동력이 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전문가는 “탄소배출권 가격이 최소 톤당 8만~9만원이 되어야 RE100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발전소를 설치하기 시작한다”며 “당장 2026년부터 철강산업을 중심으로 EU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시행되는만큼 수출품목의 탄소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탄소배출권 가격이 지금보다 올라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업들은 탄소배출권의 가격이 상승할 경우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며 이에 반대하고 있다. 이러한 엇박자로 RE100 기업들의 애로사항은 당분간 해결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강희찬 인천대 교수는 “탄소중립이 시대적 과제이지만 구체적인 방법론에서 혼선이 노정되고 있다”며 “기업들의 각개약진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탄소가 무역장벽으로 등장하는만큼 사회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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