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 대비 실적 급격하게 줄면서 큰 타격
고금리·연체율 등 수익성 악화로 이어져
하반기 반등 기대하지만 전망 어두워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6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IBK) 계열 저축은행들의 순이익이 1년 새 99% 가까이 줄었다. 지난해 저축은행들은 일제히 흑자를 기록했지만 올해 업황 부진이 이어지면서 일부 저축은행은 적자로 전환됐다. 업계에선 하반기 반등을 기대하고는 있지만 추후 전망 역시 밝지 않아 보인다.
급격히 나빠진 실적에 대해 전문가들은 고금리로 인한 연체율 상승과 조달 비용 부담이 수익성 악화로 이어졌다고 보고 있다. 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 여신 건전상 강화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크게 늘린 것 역시 실적 부진으로 귀결됐다. 영업활동은 꾸준히 했지만 실제로 저축은행이 손에 쥐는 이익은 없는 셈이다.
3일 저축은행 업계에 따르면 6대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올해 3분기 순이익 합계는 3억원으로 지난해 3분기 350억원 대비 347억원(-99.1%) 감소했다. 1년 전 같은 기간의 1%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저축은행별로 보면 KB저축은행은 지난해 3분기 61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했지만 올해 3분기에는 11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같은 기간 우리금융저축은행 순이익 역시 2억원에서 -25억원으로 크게 줄었고 IBK저축은행도 47억원에서 -1억원으로 수익성이 크게 떨어졌다.
흑자를 기록한 하나저축은행과 NH저축은행, 신한저축은행 역시 그 규모가 크지 않았다. 하나저축은행의 3분기 순이익은 64억원에서 7억원으로 전년 대비 89.4% 줄었고 NH저축은행도 82억원에서 36억원으로 56.1% 급감했다. 반면 신한저축은행은 순이익이 92억원에서 100억원으로 6.6% 증가해 다른 저축은행 대비 선방한 편에 속했다.
3분기까지의 누적 순이익 역시 6곳 중 4곳이 적자를 기록했다. 신한저축은행은 3분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270억원으로 전년(311억원)과 비교해 4.1% 줄었다. KB저축은행은 215억원에서 -226억원으로, 하나저축은행은 209억원에서 33억원으로, 우리금융저축은행은 114억원에서 -284억원으로, NH저축은행은 209억원에서 -39억원, IBK저축은행도 -95억원으로 각각 순이익이 감소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영업 환경이 악화되고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시장 불확실성까지 증가했고 이를 대비하기 위해 손실이 늘었다"며 "그러다 보니 대부분의 저축은행 실적이 전년 동기 대비 하회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실적 악화 예상됐지만 대응 부족
업계에선 저축은행들의 실적 악화가 예상된 결과라고 설명한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작된 금리 상승 기조와 수신 경쟁 여파로 인해 올해까지 조달 비용 부담이 이어졌고 레고랜드로 촉발된 부동산 PF 대출 위기는 여신 건전성 악화로 귀결됐다.
저축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수신으로 대부분의 자금을 조달하는데 수신 금리 인상은 조달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저축은행들은 조달 비용 증가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대손충당금을 늘렸고 이는 실적에 고스란히 반영됐다. 실제 KB저축은행의 대손충당금은 지난해 3분기 누적 528억원에서 올해 1065억원까지 늘었다.
박선지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저축은행 업계가 예금은행 등 타 금융권 대비 취약한 여수신 기반으로 인해 이자 이익은 크게 감소했으며 연체율은 상대적으로 빠르게 오르는 등 하반기 실적 개선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라며 "자산건전성 저하에 대비한 자본 적정성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 적자로 돌아선 저축은행의 경우 많은 기업 대출이 리스크로 작용했다. 올 상반기 금융지주 계열 저축은행의 전체 대출금 내 기업 대자금대출 평균 비중은 48.32%다. 우리금융저축은행이 78.95%, NH저축은행이 64.02%로 평균 보다 높은 반면 KB저축은행은 24.47%로 평균보다 적었다.
◇ 남은 4분기도 전망 밝지 않아
업계에선 저축은행들의 4분기 역시 어려운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저축은행들은 취약 차주 대상으로 금융 재기 지원 상담센터를 운영하거나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하면서 하반기 실적 반등을 노렸지만 건전성 개선에는 큰 효과를 보지 못했고 이러한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는 것.
저축은행 관계자는 "리테일(소매금융)을 중심으로 대출 시장이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지만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며 "연체율 해소를 위해 대출 문턱을 상향 조정한 만큼 중저신용차주 확보에 성과를 내고 실적도 반등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또 최근 불어난 가계대출을 잡기 위해 금융당국이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는 점 역시 저축은행에겐 불리하게 작용될 것으로 보인다. 시중은행들이 금리를 줄줄이 인상하고 있다는 점도 저축은행들에겐 고민거리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금리 경쟁에 참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라며 "내년에도 저축은행의 가장 큰 숙제는 자산건전성 강화인데 이러한 경쟁이 계속되면 결국 '제 살 깎아 먹기'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