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광주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김용민·민형배 민주당 의원. 사진=유튜브 채널 '나두잼TV' 화면 캡쳐
지난 19일 광주에서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 북콘서트가 열렸다. 왼쪽부터 박구용 전남대 철학과 교수,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 김용민·민형배 민주당 의원. 사진=유튜브 채널 '나두잼TV' 화면 캡쳐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연일 논란에 휩싸이며 골머리를 앓고 있다. ‘청년비하’ 현수막으로 논란이 발생한 데 이어 전 민주당 의원이 ‘여성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키면서다. 그밖에도 최근 민주당 계열 강성파 인사들의 자극적이고 거친 발언으로 민주당은 연이어 지탄을 받았다.

민주당은 사과했지만, 당 안팎에선 진정성 있는 대처로 보이지 않는다며 민주당의 조직문화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강경파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거친 발언으로 강성 팬덤의 지지를 얻으려는 모양새지만, 민주당 내에선 이들의 행보가 중도층 이탈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강욱, 윤석열 정권 향해 “설치는 암컷”…‘여성비하’ 논란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현수막 ‘청년비하’ 논란도

21일 민주당은 최강욱 전 민주당 의원의 ‘여성 비하’ 논란 발언에 대해 사과 입장을 밝혔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이날 “최 전 의원의 발언을 ‘국민들에게 큰 상처를 주는 매우 잘못된 발언’이라고 규정하고, 최 전 의원에게 엄중하게 경고했다”고 기자들에게 공지했다.

강선우 민주당 대변인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관련해서 마음을 무겁게 느끼셨을 모든 분들께 다시 한 번 사과드린다”며 “민주당은 앞으로 국민 여러분들께 실망이나 상처를 줄 언행에 대해 각별히 유의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19일 최 전 의원은 광주에서 열린 민형배 민주당 의원의 책 ‘탈당의 정치’ 출판기념회에서 윤석열 정권를 향해 “암컷이 나와서 설친다”고 비난했다. 이어 여성비하 논란을 의식한 듯 “암컷을 비하하는 말이 아니고 ‘설치는 암컷’을 암컷이라고 부르는 것일 뿐”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윤석열 정권 또는 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 여사 등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행사에 함께 출연한 민 의원과 김용민 민주당 의원도 최 전 의원의 발언에 아무런 제지 없이 웃었다. 최 전 의원과 민 의원은 친명(친이재명)계 성향 민주당 강경파 초선 모임인 ‘처럼회’ 출신이다. 최 전 의원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아들에게 가짜 인턴증명서를 써준 혐의로 지난 9월 의원직을 상실했다.

민주당의 ‘비하’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만이 아니다. 민주당은 최근 당 캠페인 현수막 문구와 관련해서도 ‘청년 비하’ 논란이 불거져 홍역을 앓았다. 민주당은 지난 17일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 명의로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에 관한 공문을 각 시‧도당에 보냈다. 해당 공문에 담긴 현수막 시안에는 ‘정치는 모르겠고, 나는 잘 살고 싶어’, ‘경제는 모르지만 돈은 많고 싶어!’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에 당 안팎에서는 해당 문구가 청년을 이기적이고 무지한 존재로 묘사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조 사무총장은 “당의 불찰”이라며 국민과 당원들에게 사과했다.

 

더불어민주당이 17일 공개한 새 현수막.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7일 ‘2023 새로운 민주당 캠페인’ 현수막에 관한 공문을 각 시‧도당에 보냈다. 해당 현수막 문구는 '청년 비하' 논란이 일었다. 사진=연합뉴스

민주당 사과에서 당 안팎선 비판 이어져
“‘혐오 발언 자정 시스템’ 작동 안 된다는 반증”

잇단 설화 논란에 민주당은 각각 사과 입장을 밝혔지만, 당 안팎에선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윤의석 국민의힘 선임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글로 전달하기조차 민망할 정도로 저급한 원색적 발언이 민주당 의원을 지냈던 분의 입에서 터져 나왔다”며 “민주당의 총선 전략은 막말인가”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면서 “청년 비하에 이은 여성 비하가 개인적 발언, 개인적 일탈로만 치부돼 민주당 안에서 지금처럼 이어진다면 국민의 심판 또한 민주당을 향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의 사과에서 진정성을 보기 힘들다거나, 민주당 조직 문화의 문제가 청년‧여성에 대한 감수성 부족으로 드러난 것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가영 정의당 부대변인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브리핑을 통해 “심각한 점은 북콘서트에서도 국회에서도 최 전 의원의 발언은 제지받지 않았다는 점”이라며 “민주당 내에 혐오 발언에 대한 자정 작용이나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의 작동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반증”이라고 꼬집었다.

김 부대변인은 “청년 비하 현수막에 여성 비하 발언까지 민주당의 당 내부 정치‧조직문화 개선이 시급하다”며 “민주당은 최 전 의원의 비하 발언을 총선을 앞둔 실책으로 받아들여 진화하는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청년과 여성에 대한 감수성 부족,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에 대한 정치의식의 부족함으로 뼈아프게 받아들이고 개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원욱 민주당 의원을 포함해 민주당 비명(비이재명)계 의원 4명이 결성한 모임 ‘원칙과 상식’도 이날 논평을 내고 “문제는 민주당의 도덕성 상실이 당의 시스템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원칙과 상식은 “이번에도 계속된 최 전 의원의 막말과 현장에서 누구도 제지하지 못했던 우리 의원들의 모습은 우리 당의 도덕성 상실과 성인지 감수성의 후퇴를 여실히 보여줬다”며 “최 전 의원의 발언이 알려지자 조 사무총장이 신속히 경고 조처를 내렸지만 진정성 있는 경고로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들은 “지금이라도 당 윤리심판원은 최 전 의원의 ‘암컷’ 발언에 대해 민주당의 전 의원으로서 엄중한 징계 절차에 착수해야 한다”며 “막말 설화로 당의 이미지를 떨어뜨리고 국민께 실망을 드리는 일을 이제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19. 사진=연합뉴스
지난 19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 2층에서 열린 '송영길의 선전포고' 출판기념회에서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전 대표가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3.11.19. 사진=연합뉴스

‘대통령 탄핵’ 발언에 한동훈 향한 ‘막말’로도 구설수 

그밖에도 민주당은 최근 당 관련 인사들의 ‘대통령 탄핵’ 발언으로도 논란이 됐다. 송영길 전 민주당 대표은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12월달에 쌍특검법이 통과됐을 때 만약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면 바로 이때가 (대통령) 탄핵의 분노가 폭발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저는 (야권이) 200석을 만들어서 윤석열을 탄핵할 수 있는 의석을 확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민 의원과 김 의원도 지난 19일 출판기념회에서 윤 대통령의 탄핵 소추를 시사하는 발언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은 "민주당이 습관적으로 탄핵을 언급하고 있다", "민주당이 탄핵을 남발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민주당은 최근 송 전 대표의 거친 발언으로도 구설수에 올랐다. 송 전 대표는 지난 9일 신간 출판기념회에서 한 장관을 향해 “어린 놈”, “건방진 놈”이라고 비난했다.

이같은 논란들에 대해 강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탄핵 발언 관련해서는 민주당 지도부에서 공식 논의한 바가 전혀 없다”며 “여러 가지 발언들이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거나 국민들이 불편함을 느끼시는 부분이 있다면 자중해야 한다는 것이 당 지도부의 입장”이라고 기자들에게 전했다.

‘발언 수위를 자제해 줄 것을 다시 당부하는 메시지나 공지를 할 계획이 있나’라는 질문엔 “이렇게 당의 입장을 방금 말씀드렸으니까 아마 다들 종합적으로 잘 판단하시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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