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격 인사에 대해 업계선 '변화 속 안정'
'이재용 지배구조' 강화 억측에 '영업' 강화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삼성금융네트웍스(이하 삼성금융)가 업계 선두를 달리고 있는 생명·화재보험사의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올해 각 업권에서 최고 실적을 달성한 주요 금융계열사의 수장을 전격 교체하면서 그 배경에 업계의 관심이 쏠린다.
삼성금융은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을 안정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인사라고 설명한 가운데 이번 신임 대표들이 삼성생명 출신이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안정적 지배구조를 탄탄하게 하려는 삼성의 속내가 아니냐는 시각도 존재한다.
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1일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각각 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임추위)를 열고 차기 대표이사 사장을 내정했다. 삼성생명 새 수장에는 홍원학 삼성화재 사장이 내정됐다. 홍 사장의 빈자리는 이문화 삼성생명 부사장이 승진해 채웠다.
1964년생인 홍 내정자는 삼성생명 인사팀장과 전략영업본부장, FC영업1본부장을 거쳤다. 삼성화재 최고경영자(CEO)로 부임한 뒤에는 안정적 사업관리를 통해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기여해 왔다.
삼성생명은 "홍 내정자가 생·손보에 걸친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채널 변화에 선제 대응하고 미래 경쟁력을 견인했다"며 "고객 신뢰를 구축하고 사회와의 상생을 주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화재의 새 수장이 된 이 내정자는 1990년 삼성화재에 입사해 영업 현장과 스태프 부서를 다양하게 경험했다. 지난해 말 삼성생명 전략영업본부장으로 부임 후 법인보험대리점(GA) 시장 등 변화에 민감한 손해보험업 DNA를 삼성생명에 이식하며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삼성화재는 "이 내정자가 변화에 민감한 손보업 DNA를 이식하며 체질 개선에 일조했다"며 "이번 승진으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공고히 하고 변화·혁신을 위한 조직문화 구축에 앞장설 예정이다"라고 설명했다.
◇ 불안정한 금융 환경에 '변화 속 안정' 노려
보험업계에선 삼성 계열 보험사가 올해 역대급 실적을 기록하면서 현 대표이사 연임에 무게추가 기울었다고 전망했지만 삼성 금융이 '교체' 카드를 꺼내자 예상외의 인사라고 평가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번 대표이사 교체가 삼성그룹의 전통적인 인사 철학과 '성과주의'가 조화된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그간 삼성그룹은 60세 이상인 대표는 경영에서 물러나야 하는 인사 철학을 고수했지만 삼성화재의 사상 최대 실적에 기여한 홍 내정자를 삼성생명 대표에 내정하면서 '성과주의'에 따른 유연한 인사로 기조로 변경했다.
이러한 업계의 평가에 대해 삼성 금융은 이번 인사가 '변화 속 안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인사에서 삼성금융은 삼성화재를 이끌어오던 홍 사장에게 삼성생명을 맡기거나 삼성생명의 2인자에게 삼성화재를 이끌게 하면서 변화로 있을 혼란을 인용술을 통해 최소화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사실 홍 내정자나 이 내정자는 언제 삼성생명 CEO를 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았다"며 "올해 최대 실적을 낸 만큼 금융환경이 더 악화될 내년을 대비하기 위한 인사다"라고 설명했다.
◇ 지배구조 강화보단 영업 강화에 초점
일각에선 이번 인사가 이재용 삼성그룹 회장의 고심이 반영된 결정이라고 보고 있다. 특히 이번 신임 대표들이 삼성생명 출신이거나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인물이라는 공통점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번 인사가 삼성생명을 통한 지배구조 강화와도 연관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실제 홍 내정자는 삼성화재 사장 이전에 오랫동안 삼성생명에 근무했고 이 내정자도 삼성화재 출신이지만 지난해 삼성생명으로 자리를 옮겨 부사장을 역임했다.
다만 이러한 추측에 대해 업계에선 억측이라며 이번 인사는 내년 영업을 강화하기 위한 삼성 금융의 초석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삼성생명의 경우 인사와 전략에 강점이 있는 홍 내정자를 통해 영업에 고삐를 죄고 생보 2위사인 한화생명과의 격차를 벌릴 예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한화생명이 자회사형 GA를 통해 영업 전반에 나선 만큼 삼성생명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라며 "최근 제3보험 위주의 상품 판매와 GA 합병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영업 환경 강화를 위한 대책이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