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첫 'IPO 대어' 주가 부진 여전...28만원대 유지중
"저PBR주 선호 탓에 고밸류 업종인 화장품 업체 타격"

지난달 27일 열린 '에이피알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서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왼쪽 네 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지난달 27일 열린 '에이피알 유가증권시장 상장 기념식'에서 김병훈 에이피알 대표(왼쪽 네 번째)가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한국거래소

[데일리한국 김영문 기자] 올해 첫 IPO 대어인 에이피알이 상장 첫날부터 아쉬운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수요 예측부터 일반 청약까지 높은 경쟁률을 기록한 만큼 흥행이 기대됐으나 상장 첫날 따블(공모가 대비 2배)도 기록하지 못했다. 앞서 제기된 오버행 우려와 함께 일각에서는 최근 저PBR 종목이 주목받고 있어 상대적으로 고PBR인 뷰티 업계가 외면당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7일 코스피에 상장한 에이피알은 이날 29만9500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장 초반에 31만2500원을 찍었으나 이후 쭉 하락세를 기록했다.

에이피알은 개인용 미용기기 전문 업체로 최근 피부 관리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지면서 회사 실적도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미용기기 출시 전인 2021년 143억원이었던 영업이익이 출시 이후인 2022년에는 392억원으로, 지난해에는 3분기까지 무려 698억원으로 늘어났다.

미용기기 분야의 점유율 1위라는 점과 해외 진출이 이미 큰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점이 투자자들을 혹하게 했다. 에이피알 측은 2022년 미용기기 분야 점유율 22%에서 지난해 상반기 32%로 늘어났다고 밝혔다. 또 전체 판매량 중 해외 판매량이 37.5%에 달하고 있어 K뷰티 유행이 더욱 거세질 경우 이에 대한 수혜도 기대됐다.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 과정에서도 이러한 기대감이 반영됐다. 먼저 수요예측에서는 전체 기관투자자 중 97%가 공모가  범위 최상단인 20만원을 초과하는 가격을 제시했다. 이에 최종 공모가는 기존 공모가 최상단 가격보다 25% 높인 25만원에 확정했다. 일반청약에서도 경쟁률 1112.54대1을 기록하고 증거금도 14조원 가까이 모이며 흥행에 성공했다.

최근 공모주들의 상장 첫날 성적이 좋았던 만큼 주식을 배정받은 투자자들도 따따블(기존 공모가 4배)을 기대했지만 에이피알의 성적은 아쉬웠다. 장중 공모가 대비 87% 오른 46만7500원을 찍기도 했으나 이후 하락해 공모가에서 27% 오른 31만7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상장 다음날인 지난달 28일에도 기대감이 사라지면서  30만4000원으로 내려 앉았다. 5일 오전 10시 현재 28만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상장에 앞서 오버행(잠재적 매도 물량) 우려가 존재했다. 상장 첫날 유통 가능 물량이 공모주 물량을 포함해 전체 약 37%였기 때문이다. 수요예측과 일반 청약의 흥행으로 관련 우려보다 기대감이 더욱 큰 것으로 풀이됐으나 상장 첫날, 우려에서 자유롭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29일 공시를 통해 지난해 호실적 기록을 알렸는데도 주가가 반등하지 않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에이피알은 지난해 매출은 2022년 대비 31.7% 증가한 5238억원, 영업이익은 무려 165% 증가한 1041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증시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로 인해 저PBR 종목 중심으로 돌아가고 있어 이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의견이 나왔다. 

박현진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저PBR 종목들의 선호 흐름이 생기면서 대표적인 고밸류 분야인 화장품 기업들이 되려 수급에 악재를 맞고 있다"며 "상반기 호실적이 기대됨에도 지난해 호실적 발표가 차익실현의 타이밍으로 바뀌는 상황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올 1분기 실적 프리뷰 기간을 전후해 다시 화장품사들에 대한 투심이 개선될 여지가 여지가 높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코스피 상장은 예정에 없어 중소형 종목들의 코스닥 상장이 이어질 전망이다. 올해 중소형 종목들이 공모주 시장을 이끈 만큼 연이은 흥행이 기대된다.

지난달 27일 일반 청약을 마친 케이엔알시스템도 경쟁률 2266.72대1을 기록해 흥행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유압로봇 시스템 전문 기업으로 현대차그룹, 두산중공업 등 대기업뿐만 아니라 한국수력원자력 등 공공기관들도 고객사로 두고 있다. 케이엔알시스템은 오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5일까지 일반청약을 진행하는 오상헬스케어도 수요예측에서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달 21~27일 기관투자자를 대상으로 수요예측을 진행한 결과 경쟁률 993대1을 기록했으며 기관투자자 중 85%가 공모가 범위 최상단인 1만5000원을 뛰어넘는 2만원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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