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수고객 메리트 줄이며 '생존' 나섰지만 소비자 반발
업체들 "관련 혜택 줄였지만 일방적인 축소 아냐" 주장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조달 금리 인상과 가맹점수수료 인하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카드사가 회원 관련 혜택을 축소하고 있다. 특히 소비 금액이 큰 VIP 회원 관련 혜택을 연이어 줄이면서 수익성 개선을 위한 비용 절감이 소비자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카드사들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자금 조달 다변화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상황에서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다만 전문가들은 계속된 혜택 축소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소비자 감소로 이어질 수 있어 비용 절감에만 모든 초점이 맞춰지면 향후 안정적인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26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신한카드는 다음 달 15일부터 우수 고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탑스 클럽(Tops Club)'의 혜택 일부를 축소할 예정이다. '탑스 클럽'은 금융 이용금액과 우대거래, VIP카드 소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따져 거래 실적이 많을수록 높은 등급을 부여하는 신한카드의 우수 고객 관리 시스템이다.
우선 최고 등급에 해당하는 '프리미엄' 고객 대상 연회비 면제 혜택이 축소된다. 기존에는 2만5000원 이하 카드의 연회비가 면제됐다면 변경 후에는 기본 연회비 7000원 이하 카드 연회비가 연 1회에 한해 면제된다. 또 연회비 면제 대상 카드를 줄이고 현금자동입출금기(ATM)의 현금서비스 수수료 면제 혜택을 없애기로 했다.
선정 기준 역시 전보다 더 까다로워졌다. 탑스클럽 등급은 신한카드 및 이용 금액, 우대 거래, VIP 카드 소지 등 종합적으로 거래 실적이 많아질수록 높은 등급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연회비 3만원 이상에 카드에 대해서는 기존 50점을 부과했지만 변경 후에는 3만원 이상 카드는 30점, 4만원 이상 40점, 5만원 이상 50점으로 문턱을 높였다. 신한 SOL(쏠)페이와 관련된 항목은 총 30점으로 기존(10점) 대비 20점 늘었다.
이에 앞서 신한카드는 지난해 4월에도 탑스 클럽 회원의 일시불 거래 분할 납부 무이자 혜택을 폐지한 바 있다. 일시불 거래 분할 납부는 일시불 결제 뒤 금액이 부담된다고 판단되면 카드사에 추후 분납하는 제도다.
삼성카드 역시 VIP 제도를 개편하면서 우수 고객에게 제공되던 '프리미엄 리워즈 서비스'를 올해 초 종료했다. 삼성카드는 '프리미엄 리워즈 서비스'를 통해 일부 회원에게 최대 4개월의 무이자 할부 서비스를 제공하고 등급에 따라 5~10%의 포인트백을 제공해 왔지만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서비스 제공을 중단했다.
서비스 종료 당시 삼성카드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던 사용자들에게 사전 고지 없이 서비스 혜택을 줄이면서 논란이 된 바 있다.
현대카드도 올해 1월부터 프리미엄 카드 혜택인 '클럽 서비스'를 축소했다. 현대카드는 연회비가 높은 프리미엄·플래티넘 카드 이용 고객들을 대상으로 현대카드가 제휴를 맺은 △고메 △호텔 △패션 △문화 제휴점에서 상시 할인 혜택을 제공해 왔다. 그러나 올해 1월부터는 고메·패션 카테고리 할인 혜택이 종료됐다.
카드사 관계자는 "혜택 변경은 2~3년 주기로 이뤄진다"며 "금리 인상 등 업황에 따른 혜택 변경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 '수익성 악화'에 혜택 축소
카드사가 연이어 우수 고객 혜택을 축소하는 이유는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글로벌 고금리 기조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자금조달 비용이 증가하고 연체율 관리 등으로 대손비용에 대한 부담도 증가하면서 소비자 관련 혜택 축소를 통해 경영 환경 개선에 나선 것.
카드사는 은행과 달리 수신 기능이 없기 때문에 채권을 발행해 영업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이 때문에 채권시장이 악화하면 카드사의 조달 환경도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특히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나 영업 확대보다 안정적인 자금조달과 대손비용 관리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줄이고 있다.
또 가맹점 카드 수수료가 계속해서 인하되며 본업인 신용판매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는 점도 영업환경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카드사 전체 수익에서 가맹점 수수료가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0.54%에서 지난해 23.2%로 떨어졌다.
이에 카드사는 소비자 혜택 축소로 경영환경 개선을 진행하고 있지만 일각에선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줄어들면 자연스럽게 소비자 감소로 이어지고 카드사가 추진하는 자금 조달 포트폴리오 다각화에도 타격이 있을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카드사들은 혜택이 변경된 것은 맞지만 일방적인 축소는 아니라고 항변한다. 신한카드의 경우 '탑스 클럽' 혜택은 줄었지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카드 상품의 연회비를 보면 대부분 기본 부분이 7000원 이하로 책정돼 기존보다 많은 고객이 연회비 면제 혜택을 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삼성카드 역시 올해부터는 새 멤버십 프로그램 'THE VIP(더 브아이피)'를 론칭하면서 삼성카드를 5년 이상 사용한 고객 중 연 실적을 달성한 고객을 새 멤버십 회원으로 선정하는 등 기존 혜택과 비슷한 멤버십을 오픈했다. 가입 조건도 기존에는 연 2회 회원 선정을 했지만 1년 단위 선정으로 변경됐고 선정 금액도 △VIP(3000만원 이상) △VVIP(6000만원 이상) △MVG(2억 이상 혹은 월 1000만원 이상)로 높아졌다.
카드사 관계자는 "점차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카드사별로 우수회원 혜택 변경이 이어지고 있다"며 "기존 신용카드들도 리뉴얼을 하듯 VIP 혜택도 유지·보수하는 차원에서 변경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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