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1조7854억원 규모 한남5구역, DL이앤씨 단독입찰로 유찰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도 예외 아냐…건설사, 경쟁보다 '무혈입성' 택해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 조감도. 사진=서울시 제공

[데일리한국 김하수 기자] 재건축·재개발 등 도시정비시장에서 건설업계의 옥석가리기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공사비가 조(兆) 단위가 넘고, 노른자위 입지를 자랑하는 사업지에서도 업체 간 경쟁 없이 특정 건설사가 ‘무혈입성’하는 사례가 크게 늘고 있다.

18일 도시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 용산구 한남5구역 재개발사업은 전날 시공사 입찰을 진행했지만 DL이앤씨 단독 참여로 유찰됐다.

이곳은 공사비가 1조7854억원 규모로, 인근 한남4구역 재개발사업과 함께 올해 도시정비사업 가운데 최대 규모로 꼽힌다. 재개발사업을 통해 2592가구 규모 대단지로 탈바꿈할 전망이다.

특히 한남5구역은 한강과 직접 맞닿아 있는 입지에 다른 구역들에 비해 평지가 상대적으로 많아 사업성이 우수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앞서 열린 시공사 현장설명회에는 삼성물산, 현대건설, GS건설, DL이앤씨, 포스코이앤씨, HDC현대산업개발, 금호건설, 호반건설, 우미건설, 한양 등 10개사가 참석하며 이곳 시공권에 관심을 드러냈다. 그러나 본 입찰에 DL이앤씨 한곳만 참석해 유찰되며 시공사 선정 일정은 미뤄지게 됐다.

업계에선 오랜 기간 한남5구역 수주를 위해 공을 들여 온 DL이앤씨를 의식해 경쟁사들이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분석이다.

같은 날 서울 성북구 길음5재정비촉진구역(길음5구역) 재개발조합도 시공사 입찰을 마감했다. 그 결과 포스코이앤씨가 입찰에 단독 참여했다. 이곳은 지난 5월 포스코이앤씨 단독 입찰로 한 차례 유찰된 바 있는데, 이번에 다시 한번 단독 입찰이 나오면서 수의계약 요건을 갖췄다.

이 사업은 서울 성북구 정릉동 175번지 일대에 아파트 808세대와 부대복리시설 등을 신축하는 것으로, 예정 공사비는 2848억원 규모다.

사업성이 높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사업지에서도 특정 건설사가 경쟁 없이 시공권을 확보한 사례가 늘고 있다.

DL이앤씨는 이달 6일 잠실우성4차 재건축사업 시공권을 경쟁 없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따냈다.

앞서 조합은 지난해 12월 첫번째 시공사 입찰공고를 내고 시공사를 물색했지만 건설사들의 참여가 적어 입찰이 무산됐다. 이후 조합은 지난 2월 공사비를 상향 조정해 시공자 선정을 위한 입찰공고를 다시 냈고, DL이앤씨만이 입찰참여확약서를 제출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대우건설은 이달 초 신반포16차 아파트 재건축조합과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앞서 진행된 시공사 입찰에 대우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면서 조합은 수의계약 방식으로 전환했다.

대우건설은 서울 강남구 개포주공5단지 재건축사업과 서울 마포구 성산 모아타운1구역 정비사업지에서도 무혈입성을 노리고 있다.

롯데건설도 지난달 초 신반포12차 재건축사업 시공사 선정총회에서 별다른 경쟁 없이 무혈입성에 성공했다. 롯데건설은 앞서 조합이 진행한 두 차례 시공사 입찰에 모두 단독으로 참여한 바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공사비 인상으로 정비사업 수익성이 악화하며 예전에 비해 사업성을 신중하게 검토하는 건설사들이 늘고 있다”면서 “서울 알짜 정비사업지도 사업성이 없으면 입찰을 포기하거나 사업성이 있더라도 이미 특정 건설사로 판세가 기울어진 상황이라면 업체 간 경쟁을 피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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