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최용구 기자] 전력 산업의 슈퍼사이클을 주도하는 미국에서 안정적인 전력 수급 이슈가 부각되고 있다. 한국 기업들에게는 더 큰 기회가 열리는 셈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동부와 중부 등 13개 주와 워싱턴 DC 전력도매시장을 운영하는 PJM 인터커넥션의 지난달 말 경매에선 발전 설비 관련 용량 가격이 1MW(메가와트)당 270달러에 이르렀다. 지난해 말 경매 당시와 비교해 9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용량 가격은 지역 내 전력 수요와 사업자들의 설비 공급을 고려해 결정된다. 발전소 부족, 데이터센터 확대 등에 따른 전력 수요 증가 등이 가격 상승의 배경으로 꼽힌다. 재생에너지에 비해 LNG 발전 설비가 늘어난 영향도 제기된다.
기업과 개인의 전력비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으며 공급 안정 필요성이 그만큼 커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미국 정부는 기상 이변에 대비해 국가 전력망을 강화하고 청정에너지원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22억달러를 투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18개 주에 걸쳐 8개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할 예정이다.
시장조사 기관 프로스트 앤 설리번에 따르면 송배전 인프라 개선·확대 수요에 따라 북미 지역 변압기 용량은 2020년 1882GVA(기가볼트암페어)에서 2030년 2041GVA까지 커질 전망이다.
안주원 DS투자증권 연구원은 “단기간에 공급을 늘리기 용이한 태양광이 계속 커질 것으로 예상되며 초기 투자비용이 낮은 가스발전도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ITC(투자세액공제 30%)와 DCA(국내생산 인센티브 10%)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태양광·풍력발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했다.
한국 기업들도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효성중공업은 2020년 인수한 미국 테네시 주 멤피스 초고압 변압기 생산기지의 생산 능력을 2026년까지 2배 확충할 계획이다. LS일렉트릭은 미국 텍사스 주 생산 설비를 내년부터 가동할 예정이며,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달 말 미국 앨라배마 생산 공장의 증축을 마쳤다.
전력업계 한 관계자는 “재생에너지와 AI 데이터센터 확대 등에 따른 미국의 송배전 설비 수요를 생각했을 때 특별히 고민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수혜가 예상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영환 홍익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가 들어가면 당연히 설비투자가 따라갈 수 밖에 없다. 미국은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보다 싸다고 할 정도로 이미 경제성이 확보됐기 때문에 신규 설치에 있어서 특히 수요가 많다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