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PO 앞둔 SSG닷컴·마켓컬리·CJ올리브영 등도 우려 고조
현재 유동성 풍부하지만 과도한 공모가에 투자심리 위축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코스피·코스닥에 상장한 기업의 주가 흐름은 지지부진하다. 상장 후 시초가를 넘어서지 못하거나 상회하더라도 하락세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IPO 대어 중 하나로 꼽혔던 LG에너지솔루션이 대표적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상장 첫날인 지난달 27일 '따상'(시초가가 공모가 2배 형성된 후 상한가)에 실패했다. 상장 전 일반청약에서 증거금 114조원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뜨거운 관심을 받았으나 외국인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15.41% 급락했다. 이후 반등을 시도하고 있지만 시초가(59만7000원)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하고 있다.
상장 첫날 따상을 기록했던 케이옥션, 오토앤의 주가도 부진이 계속되고 있다. 케이옥션은 상장 첫날(1월 20일) 따상에 직행했으나 2거래일 연속 하락장을 기록하면서 시초가(4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오토앤도 상장 후 2거래일간 오름세를 이어갔지만 연휴 전 16.58% 급락했다. 코넥스에서 이전상장한 애드바이오텍도 상장 이후 4거래일째 시초가(6730원)를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시장에서는 1월 상장 기업의 주가 부진은 △외국인의 대량 매도 △코스피 약세 △업종 이슈 탓이라고 보고 있다.
실제 외국인들은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일(1월 27일)에만 약 1조5000억원 팔면서 코스피의 급락세(-3.50%)를 주도했다.
또한 지난달 11일 광주광역시에서 HDC현대산업개발이 시공 중인 아파트의 외벽이 붕괴되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전체 건설주에 대한 투자심리도 얼어 붙었다. 이에 따라 이달 상장을 준비하고 있었던 현대엔지니어링의 수요예측도 흥행에 부진했으며 급기야 공모를 철회했다.
더욱이 오는 16일 코스닥 상장을 앞두고 있는 인카금융서비스도 수요예측에서 희망 밴드(2만3000원~2만7000원)를 한참 밑돈 1만8000원에 공모가를 확정했다. 국내외 기관 267곳이 참여했으며 단순경쟁률 13.69대 1을 기록했다. 최근 수요예측 경쟁률과 비교하면 저조한 수치다.
이달에는 대명에너지, 지투파워 등이 수요예측에 돌입하며 스코넥엔터테인먼트, 이지트로닉스, 아셈스, 나래나노텍 등이 상장을 앞두고 있다. 또한 SSG닷컴, 마켓컬리, CJ올리브영, 현대오일뱅크 등 굵직한 기업들도 올해 상장 예정이다.
그러나 외국인의 대량 매도, 코스피 약세, 개별 섹터 이슈 등이 당분간 계속된다면 이들의 IPO 흥행도 장담할 수 없다는게 시장 관계자들의 공통 의견이다.
금융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기업이 상장 전 설정하는 공모가에 주목했다. 그는 "현재 투자자예탁금은 LG에너지솔루션 상장 이후 줄었던 자금이 다시 증가하며 70조원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며 "유동성은 풍부한 편이다"라고 평가했다.
이어 "다만, 현재 IPO시장이 침체돼 있다고 인식되고 있는 이유는 공모가가 너무 비싸기 때문이다"라며 "최근 몇년 간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이 공모가 희망범위를 너무 높게 설정하려는 경향 탓에 투자자들의 투자심리나 참여도가 떨어졌고 상장 후에도 저조한 성적이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와 함께 "각 기업들이 적정한 밸류에이션을 찾고 시장과의 눈높이를 맞추려는 시도를 하게 된다면 향후 IPO시장은 풍부한 유동성과 함께 회복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