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회계기준 수용은 IMF 구제금융 받을 당시 권고사항 중 하나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국가부도의 날' 포스터/제공=네이버 영화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보험사들의 재무 건전성이 급격하게 악화되고 있다. 내년 새국제회계기준(IFR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이하 ‘킥스’)의 도입을 앞두고 있어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은 더 크다.

올해 1분기 지급여력(RBC) 비율을 살펴보면 한화손해보험 122.8%, NH농협생명 131.5%, DB생명 139.14%, 흥국화재 146.65% 등으로 금융당국의 권고수치인 ‘150% 이상’을 충족하지 못했다. 금융당국의 권고치를 넘은 보험사들의 RBC 비율도 일제히 하락하며 지난 1분기 보험사 RBC 비율은 한화생명 161%, KB손해보험 162.3%, 하나생명 171.1%, DB손해보험은 188.7%, 현대해상은 190.7%을 기록했다.

RBC 비율은 고객에게 지급해야 할 보험금 대비 보험사가 쌓아둔 돈을 의미하고,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보험업법에서 보험사에 RBC 비율을 100% 이상 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고, 금융당국은 재무건전성 강화 측면에서 RBC 비율을 150% 이상으로 유지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보험업계에는 내년 IFRS17이 도입된다. IFRS17은 보험부채를 기존의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새 회계제도다. 보험사들은 내년 제도개편으로 회계상 자본이 줄고 부채가 크게 증가해 자본확충이 필요하다.

IFRS17 도입이 코앞으로 다가온 상황에서 기준금리까지 연이어 인상되면서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그렇다면 금융당국은 보험사들의 자본확충 부담에도 불구하고 왜 IFRS17을 도입하는 것일까? 보험 거래의 글로벌화가 가속되고 있는 시점에서 국내 보험사들이 국제회계기준에 발맞출 수 있다는 점에서 충분한 당위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1990년대 말 우리나라가 IMF에 구제금융을 받을 당시 국제회계기준 수용이 권고사항 중 하나였고, 이에 관련 부처에서도 2000년대 중반 도입을 목표로 로드맵을 구상해 왔다. 결국, IFRS17의 시발점은 25년 전 국가부도의 날인 셈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제공=국가부도의 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제공=국가부도의 날

IMF 체제를 다룬 영화가 있다. 2018년 개봉한 영화 ‘국가부도의 날’이다. 영화 ‘국가부도의 날’은 이 영화는 국가부도까지 일주일 동안의 위기를 막으려는 사람과 위기에 베팅하는 사람, 그리고 회사와 가족을 지키려는 평범한 사람들의 각기 다른 시선으로 1997년 IMF 체제 당시 우리나라를 그린다.

전 국민이 최고의 경제 호황이라고 믿었던 1997년 당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김혜수)’은 국가부도 위기를 보고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한 팀장이 국가부도 위기를 보고할 때 금융맨 ‘윤정학(유아인)’은 우리나라 곳곳에서 감지되는 위기 신호를 포착하고 국가부도에 역베팅한다. 한편, 작은 공장의 사장 ‘갑수(허준호)’는 이런 상황을 모르고 행복한 미래를 꿈꾸며 하루하루 살아간다.

한 팀장의 분석과 윤정학의 예상대로 대한민국은 부도가 났고, 갑수는 물론 국내 기업들이 줄줄이 파산하게 된다. 결국, 대한민국 정부는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하고, 정리해고, 금리인상, 노동시장 개편, 외국인 투자확대 등 부당한 조건을 받아들인다.

그렇게 대한민국에는 가난한 사람은 더 가난해지고 부자들만 더 부유해질 세상, 해고가 쉬워지고 비정규직이 늘어나고 실업이 일상이 되는 세상이 열렸다. 그리고 25년 전 그 사건의 후폭풍은 사회 곳곳에서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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