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장관 업무보고 "사면 이야기는 안해…대통령 고유 권한"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6일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법무행정의 최우선을 경제를 살리는 정책에 두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업무보고를 받은 뒤 이같이 말했다고 강인선 대통령실 대변인이 전했다.
윤 대통령은 구체적으로 △산업현장의 인력 수요를 뒷받침하기 위한 비자 정책의 유연화 △글로벌 스탠다드에 들어맞는 법제 정비 △기업 활동을 위축시키는 과도한 형별 규정의 개선을 주문했다.
부정부패와 서민 다중피해 범죄에 대한 엄정한 대응체계를 구축하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검·경 간 효율적인 협력체계를 신속하게 완성하고, 국세청·관세청·금감원·공정위 등 관계기관과 협력체계 구축에 만전을 기해 달라는 주문도 했다.
윤 대통령은 흉악범죄, 여성과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예방에 철저하게 대비해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특히 재범 위험자 감시를 위한 법적 제도, 전자감독 시스템을 재정비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밖에도 윤 대통령은 인권 보호 행정을 위한 교정시설 수용자와 교정공무원의 처우 개선을 병행해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한 장관은 업무보고를 마친 뒤 용산 대통령실에서 기자들과 만나 ‘5대 핵심 추진 과제’로 △미래 번영을 이끄는 일류 법치 △인권을 보호하는 따뜻한 법무행정 △부정부패에 대한 엄정한 대응 △형사사법 개혁을 통한 공정한 법집행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구현 등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한 장관은 우선 미래 번영을 이끄는 일류 법치를 위해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법무부 내 국제법무업무부서 통합, 국제 표준에 부합하는 민법·상법 정비 등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는 법제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밝혔다. 구체적으로 국경·이주·이민정책 컨트롤타워(가칭 이민청)를 신설하고, 오는 2024년까지 부처 간 산재된 외국인 데이터 통합관리 방안을 구축해 체류질서를 확립하겠다고 했다.
인권을 보호하는 따뜻한 법무행정을 위해선 범죄 피해자별 ‘맞춤형 원스톱 지원체계’를 마련하기로 했다. 법률구조 통합 인공지능(AI) 플랫폼도 구축하기로 했다. 치유 전문 상담사와 온라인 심리치유 프로그램 도입 등을 통해 강력범죄 피해자 치유 지원을 강화하고, 미성년 성폭력 피해자를 위한 증거보전 제도도 마련하기로 했다. 교정시설 과밀화 해소를 위해 오는 2027년까지 9개 교정시설을 신축·이전하고 노후 시설 24개에 대한 리모델링 및 증축도 추진하기로 했다.
부정부패 엄정 대응을 위해 대검찰청 정보관리담당관실을 활성화, 범죄정보 수집능력을 회복하는 데 힘쓰기로 했다. 주요 청별로 범죄수익환수부·환수팀도 설치해 불법 수익을 박탈하기로 했다. 금융·증권범죄 합동수사단(합수단) 설치에 이어 올해 하반기에 ‘조세범죄 합수단’을 신설해 조세·관세포탈, 역외탈세, 해외불법재산 형성 등 탈세 범죄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형사사법 개혁을 통해 법을 공정하게 집행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충분한 사회적 공감대 없는 형사법령, 공수처법 제·개정으로 국민피해 증가 및 범죄대응 역량이 약화했다는 이유다.
이를 위해 검·경 책임수사 시스템을 정비하고, 검찰의 직접수사 강화를 통해 범죄대응력 공백도 방지하겠다고 했다. 검찰청 직제도 재정비하고, 형사부 분장사무도 복원해 검찰 수사기능 회복에도 힘쓰기로 했다. 장관 수사지휘권 폐지, 검찰 독립예산 편성, 공보규정 개정,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권한쟁의 심판 철저 대응 등 검찰 독립성 확보 정책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한 장관은 범죄로부터 안전한 사회를 구현하기 위해 아동학대 방지 시스템을 전방위로 구축하고, 권력형 성범죄에 대한 양형도 강화하기로 했다. 내년 중 검찰에 ‘사회적 약자 범죄 전담 수사부’도 설치하겠다고 했다. 소년범죄의 저연령화 및 흉포화에 대응해 촉법소년 연령 기준도 현실화, 소년원 생활실 소규모화 및 분류심사원 확충, 보호처분 개선, 소년교도소 교정·교화 강화 등 소년범죄 종합대책을 수립·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한 장관은 촉법소년 연령 하향 문제와 관련해 일각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데 대해서는 “보완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교화 방식 등을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업무보고에서는 8·15 특별사면이 다뤄질 것으로 점쳐졌으나, 예상과 달리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한 장관은 “사면과 관련한 이야기는 나오지 않았다”며 “(특사는) 보고 대상이 아니며, 사면은 대통령의 고유 권한”이라고 말했다. 또한 “법무부는 실무를 수행하는 부서”라면서 “사면에 관한 기준이나 방향을 말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복권에 대한 질문에도 말을 아꼈다. 한 장관은 2016년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하는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합류해 이 부회장 구속을 끌어냈다.
한 장관은 “검사로서 그분(이 부회장)을 수사했던 것과 대통령이 고유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보좌하는 것은 다른 문제”라면서 “사면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는 건 적절치 않다”고 밝혔다.
한 장관은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 강화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검찰의 범죄 대응 부분이 심각하게 줄어들게 된 상황이지만 지금은 범죄 대응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것이 우선”이라면서 “지금은 부패문제에 대한 대응 역량이 국가적으로 축소돼 있어 그것이 법무부가 당면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한 장관은 이 자리에서 차기 검찰총장의 역할에 대한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그는 “검사 일은 단순하다. 사건·범죄에 정확하게 다른 고려 없이 수사하는 것”이라면서 “(이를) 제대로 지원하고 공정하게 이끌만한 분이 검찰총장이 돼야 한다. 정의에 맞게 검찰을 이끌 분이 검찰총장이 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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