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우로 서울 곳곳 물에 잠겨...지하·반지하 사는 주민들 피해 더 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제공=연합뉴스
지난 8일 오후 9시 7분께 서울 관악구 부근 한 빌라 반지하에 폭우로 침수된 일가족 3명이 갇혀 신고했지만 결국 사망했다/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지난 8일 서울 서초구 396㎜, 강남구 375.5㎜, 금천구 375㎜, 관악구 350㎜, 송파구 347㎜, 구로구 317.5㎜ 등 서울 남부 지역에 300㎜ 넘는 폭우가 내리면서 서울·경기지역에 피해가 집중됐다.

집중호우로 지난 11일 정오 기준 국내 12개 손해보험사에 접수된 침수차량은 총 9189대이고, 추정 손해액은 1273억원에 달했다. 어제 정오 이후에도 신고가 지속적으로 들어오고 있어 손해액은 1300억원을 넘길 전망이다. 이중 외제차 침수 차량 손해액은 745억4000만원으로 전체 손해액의 절반 이상인 59%를 차지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집계된 이후 연간 최대 규모다. 종전 최대는 2020년 장마와 태풍 바비, 마이삭, 하이선 등으로 인해 발생한 피해액 1157억원이다. 이번 집중호우 피해가 예년보다 커진 것은 부유층 밀집 지역인 강남을 중심으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고급 외제차들이 많이 침수됐기 때문이다.

이번 폭우로 주요 손보사에 접수된 외제차만 3000여대에 달하며, 이 가운데는 1억7000여만원 짜리 벤틀리, 1억8000여만원 짜리 포르쉐 파나메라, 2억3000여만원 짜리 벤츠 S클래스, 5억원을 훌쩍 넘는 페라리를 포함한 BMW, 아우디, 볼보 등 초고가 차량의 피해접수가 줄을 이었다.

역대급 폭우로 서울 곳곳이 물에 잠기면서 부유층 밀집지역에서 초고가 차량의 피해가 있었다면, 지하·반지하 주택에 사는 주민들에게는 더 큰 피해가 고스란히 돌아갔다. 특히, 갑자기 들이닥친 빗물로 반지하에 살던 발달장애인 일가족 3명과 또 다른 기초생활수급자 1명이 잇따라 숨지는 안타까운 참사가 벌어졌다.

잦은 침수에 서울시는 지하·반지하의 ‘주거 목적의 용도’를 전면 불허하도록 하는 건축법 개정을 정부와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쪽방, 반지하 등 비적정 주거 문제는 폭우나 폭염 등 자연재해나 사건·사고가 일어날 때마다 화두에 올랐지만 얼마 못가 사그라졌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반지하 제로(0)’ 만들기는 어려울 것이란 회의적 목소리가 대부분이다. 반지하 거주 주민들은 서울시가 내놓은 대책에 막막함을 호소했다. 정부는 유예기간을 둔다고는 했지만 반지하·지하 거주가 불가능해지면 이사 갈 여건이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영화 '기생충' 포스터/제공=네이버 영화
영화 '기생충' 포스터/제공=네이버 영화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에도 주인공인 기택의 집이 침수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기생충’은 기택의 가족이 박 사장의 가족과 만나며 벌어지는 사건을 담고 있다.

가족 전원이 백수로 살아가는 기택 가족의 장남 기우가 친구의 소개로 박 사장 집에서 고액 과외를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기우는 박 사장의 딸 다혜를 과외하게 되고, 기우는 동생 기정을 아들 미술선생으로 소개한다. 이후 아빠 기택과 엄마 충숙까지 박 사장의 집에서 일하게 되면서 두 가족의 묘한 동거가 시작된다.

영화 ‘기생충’은 벗어날 수 없는 상하구조에 갇힌 두 가족의 비극을 그린다. 봉 감독은 이 영화에서 빈부의 차이를 상하로 구조화했다. 봉 감독의 초기작인 ‘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등에서 사회의 부조리한 구조에 억눌린 약한 개인을 그렸다면, 봉준호 2기 작품이라 할수 있는 영화 ‘설국열차’ ‘옥자’는 자본주의 시스템과 구조에 대해 부정하며 투쟁하는 개인의 모습을 그린다.

봉 감독이 이전 작품들에서 사회와 구조안에 개인을 수평적 관계의 시선으로 바라봤다면, 영화 ‘기생충’에서는 사회구조에 대한 분노나 투쟁 대신 벗어날 수 없는 빈부격차와 상하구조를 살아가는 개인의 삶을 그리고 있다.

폭우, 태풍 등 재해로 인한 피해는 부유층보다 빈곤층이 훨씬 크다. 강남이 전국에서 가장 비싼 동네라는 의미의 ‘강남불패’라는 말이 있다. 그만큼 우리 사회의 상하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뜻이기도 하다. 최근 기후변화로 재해가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 사회의 상하구조처럼 견고한 재난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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