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상임전국위·23일 전국위 열고 당헌 개정
비윤계 이어 친윤계도 비판…"상식·명분 상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9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차기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선출할 때 당원 선거인단 투표 100%를 적용하는 내용의 당헌·당규 개정안을 비상대책위원회의에서 만장일치로 의결했다고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국민의힘이 내년 3월 초로 예정된 전당대회에서 ‘당원투표 100%’로 당 대표와 최고위원을 뽑기로 했다. 현행 '당원 투표 70%, 여론조사 30%'에서 여론조사를 배제, 민심보다 당심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이번 주 중 전대 룰 변경을 위한 당헌 개정 작업을 마무리 할 방침이다. 다만 국민여론을 완전 배제하기로 한 것을 두고 비윤(비윤석열)계에 이어 친윤(친윤석열)계 일부에서도 반발이 이어지고 있어 계획대로 이뤄질 진 미지수다.

정진석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비대위 전체 회의가 끝난 뒤 기자회견을 열고 “당헌 개정안과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 규정 개정안을 비대위원 만장일치로 의결해 상임전국위원회에 회부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또 “당 대표 및 최고위원 선출을 위한 당헌 개정안의 핵심은 100% 당원 선거인단 투표로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것으로 비대위원 모두가 의견을 모았다”고 밝혔다.

비대위는 경선 시 후보자의 최다 득표율이 50%가 넘지 않는 경우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하는 결선투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당내 각종 경선에서 여론조사를 벌일 때 국민의힘 지지자와 지지 정당이 없는 자만을 대상으로 하는 '역선택 방지조항'도 마련하기로 했다.

정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의 성공과 내후년 총선 승리를 위해 한 마음이 되어야 한다"며 "비대위는 정당민주주의 원칙을 분명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결론이 이르렀다"고 당헌 개정의 의미를 설명했다.

이어 "정당은 이념과 철학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정권 획득을 목적으로 모인 집합체이고 이념과 철학, 목표가 같은 당원들이 당 대표를 뽑는 것"이라며 "당원들이 당 의사결정의 중심에 서야 한다는 원칙을 부정하거나 폄훼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정 위원장은 “여론조사는 투표를 대체할 수 없다. 우리 당은 책임당원 수가 약 80만명이고 지역별 당원 구성비율도 영남과 수도권이 비슷해 명실상부한 국민정당이 됐다”면서 “이런 변화와 시대정신에 부응해야 하고 집권여당의 단결과 전진을 위한 결단을 내려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당 대표 선거에 도입되는 결선투표제에 대해서는 “최다 득표자 득표율이 50%를 넘지 않는 경우 1위 득표자와 2위 득표자를 대상으로 실시할 것”이라며 “당원들 총의를 거듭하기 위해 당 대표의 대표성을 제고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역선택 방지 조항에 대해선 “여론조사에만 해당한다”며 “당 대표 선출은 100% 당원선거인단 투표에 의한 것이니 역선택 방지조항이 필요 없다”고 밝혔다.

정 위원장은 ‘당원들의 의견수렴 절차가 생략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충분한 시간을 갖고 당원과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경청했다”면서 “압도적 의견으로 모아졌다고 확인하고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윤상현(왼쪽부터)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김웅 의원,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각 인물 페이스북 캡처
윤상현(왼쪽부터) 의원, 유승민 전 의원, 김웅 의원, 허은아 의원, 김용태 전 최고위원 페이스북 게시물. 사진=각 인물 페이스북 캡처

국민의힘은 오는 20일 윤두현 전국위원회 의장 직무대행 주재로 상임전국위원회를 열고, 당헌 개정을 위한 전국위원회 소집 안건을 의결할 예정이다. 이어 사흘간의 공고기간을 거쳐 23일 전국위에서 개정안을 의결한 뒤 상임전국위를 열어 전대 룰 변경을 위한 당헌 개정 작업을 매듭짓겠다는 계획이다.

국민의힘은 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반발에 부딪힐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 여론을 반영하지 않은 데다 정당성까지 부족하다는 비판이 잇따르는 까닭이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윤상현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당원 투표 100%로 당 대표를 뽑아야 한다는 요구가 당내에 강하게 있다고 하더라도 이렇듯 당원과 국민들의 의견수렴 없이 속전속결로 밀어붙여야만 했는지 안타깝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룰 개정에 신중히 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개인의 유불리 때문이 아닌 절박한 수도권 의원으로서 당의 총선 승리를 위한 것이었다”면서 “아직 상임전국위와 전국위 절차가 남아 있다. 다시 한번 생각해 달라”고 촉구했다.

비윤계 의원들은 크게 반발했다. 비윤계의 대표주자인 유승민 전 의원은 차기 국민의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우위를 달리고 있지만, 범위를 국민의힘 지지자로 좁히면 나경원 전 의원 등에게 밀리고 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與, 골대 옮겨 골 넣으면 정정당당한가'라는 조선일보 사설을 올리며 불편한 심경을 드러냈다.

김웅 의원도 자신의 페이스북에 “2024년 4월에 또 이럴 건가요? 그때 국민의 뜻을 존중하겠다고 읍소한들 한번 배신당한 국민이 돌아올까요. 환대는 물에 새기지만 천대는 돌에 새긴다. 국민을 버리고 권력으로 역행한 오늘을 국민은 기억할 것”이라면서 '#승부조작 판치면 팬들은 떠나리' '#유승민만은 절대 안 돼 길게도 얘기하네'라는 해시태그를 올렸다.

허은아 의원도 페이스북에 "혹시나 했는데 역시인 것 같다. 당이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가고자 하는 것을 분명하게 반대한다"며 "당원 100% 전당대회 룰, 아무리 생각해도 국민과 무관한 당 대표를 뽑겠다는 것으로밖에는 보이지 않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용태 전 최고위원도 “상식과 명분을 상실한 채 누가 보아도 '특정 후보 죽이기'로 보이는 룰 변경을 강행하는 것을 보니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들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말로만 윤석열 대통령을 외치지만, 내심 당권을 장악하고 상대적으로 당선 가능성이 높은 지역에서 수월하게 공천받아 일단 나만 배지를 달면 된다는 흑심을 품고 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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