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조원대 자구노력에 1조4000억원 추가...투자 보류, 이연·감축
에너지공공기관이 혁신의 칼을 빼들었다. 국제금리의 고공행진과 연료가격의 변동성 확대가 직격타가 됐다. 정확히 표현하면 혁신으로 내몰렸다는 표현이 맞을 수 있다. 데일리한국은 10회에 걸쳐 에너지 공공기관들이 올해 펼쳐나갈 혁신노력을 살펴본다. [편집자주]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최연혜 한국가스공사 사장은 지난 28일 에너지 공공기관 경영혁신 점검회의에서 경영혁신과 재무건전화 과제를 달성하기 위한 히든카드를 내놓았다.
원래 준비된 카드는 2022~2026년 14조4610억원 규모의 자구노력을 기울이겠다는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이었다. 여기에 1조4000억원의 자구노력 확대 카드를 추가했다. 가스공사는 이를 한데 묶어 ‘최종 자구노력 15.4조원+α’라고 정리했다.
추가된 자구노력 확대 카드는 2026년까지 국내 가스수급에 직접 영향이 없는 사업 투자비 1조4000억원을 추가로 감축한다는 내용이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국내 액화수소 생산 사업 등 약 4000억원 투자 유보 ▲해외 그린수소 개발·도입 등 약 1조원 투자비의 이연·축소를 방안으로 담고 있다
그런데 1조4000억원대의 이 자구노력 확대 카드가 불분명하다. 산업부 수소관련 부서엔 보고되지 않았을 뿐 아니라 가스공사 내부에서도 확정된 내용이 아니다.
최연혜 사장이 28일 열린 에너지 공공기관 경영혁신 점검회의에서 산업부 2차관에게 보고했지만,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과는 이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이옥헌 수소경제정책과장은 “가스공사가 자구노력 확대안에 대해 협의하러 온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과장에 따르면 가스공사는 산업부 수소경제정책과와의 협의없이 자구노력 확대안을 발표한 셈이다.
자구노력 확대 카드가 중요한 이유는 관련 내용이 제5차 수소경제위원회에서 발표한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과 연계돼 있어서다.
청정수소 생태계 조성방안을 살펴보면 가스공사는 주관부처인 산업부와 함께 ▲(인수기지) 암모니아/액화수소 인수기지, 수소항만 등 ▲(수소 배관망) 당진~평택~부천 단계별 구축이라는 과제를 수행해야 한다.
액화수소와 관련해 가스공사는 조선3사와 함께 2024~2029년 액화수소 해상운송을 위한 극저온 화물창 개발, 운반선 3척 건조와 스케일업이 예정돼 있다. 2029년에는 10만톤 규모의 인수저장설비를 구축해 LNG발전 밀집 지역인 수도권에 수소를 공급한다는 구상이다.
가스공사는 또 액화수소 인수기지에서 수도권 LNG발전소까지 단계적으로 배관망을 구축할 예정인데 2025~2026년 1단계 사업으로 당진~평택 구간 건설, 2026~2031년 2단계 평택~부천 구간을 건설할 계획이다.
이들 사업 중 일부는 2022~2026년 진행될 가스공사 자구노력 시기에 행해진다. 특히 액화수소 사업의 경우 2025년까지 재임하는 최연혜 사장이 직접 사업에 착수해야 한다. 그런데 최 사장이 추가로 내놓은 자구노력 카드를 문자대로 해석하면 액화수소 극저온 화물창 개발은 투자가 유보되고, LNG 배관망 1·2단계 사업도 투자금이 이연·감축될 가능성이 크다.
이와 관련해 가스공사 측은 산업부 수소담당자에게 보고할 정도의 세부내용이 결론나지 않았다고 설명하고 있다. 가스공사 내부에서도 불가피하게 계속 논의 중이라는 것이다.
가스공사 관계자는 “2019~2022년 재임한 채희봉 사장 시절 수립된 정책이기 때문에 그동안의 수소경제와 산업·기술동향 등 환경변화에 따른 부침으로 가스공사도 논의를 추가로 이어가는 과정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수소배관망 사업은 가스공사의 재무건전화 과제와 큰 영향없이 진행될 전망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기가 문제인데 사업연도(2025~2031년)가 최연혜 사장의 임기(2025년)와 재무건전화 과제 마무리 연도(2026년)에서 대부분 벗어나 있어 ‘투자비 이연·축소’라는 표현을 쓴 것으로 보인다. 대신 액화수소 운송과 저장 기술은 ▲암모니아 등 경쟁기술이 등장했고 ▲수소액화와 저장 관련 기술개발 과제가 남아있으며 ▲수요가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불확실한 면이 많아 ‘투자 유보’라고 표현한 것으로 보여진다.
수소경제위원회가 수소산업을 기획하면서 액화수소와 암모니아를 각각 LNG발전과 석탄발전에 최대 20%까지 혼소한다는 계획을 세워놓았지만, 각급 발전사가 혼소 시 경제성을 확보할 만큼의 정부지원(가령, 2024년 공개된다는 청정수소공급의무화제도(CHPS)) 등이 마련되지 않아 가스공사도 정확한 수요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가스공사 내부에서도 경영혁신 과제 이행에 고심이 큰 이유다.
최연혜 사장은 산업부와 가스공사 내부에서 좋은 평판을 듣고 있다. 노조와의 관계도 좋고 에너지에 대해서도 박식하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굉장히 열정적이라는 평가가 많이 들린다. 경영혁신과 재무건전화의 돛을 올린 최연혜호(號) 가스공사가 세계적인 에너지 위기와 침체된 경기를 어떻게 헤쳐나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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