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연구원과 고준위방폐장 관리기술 개발…환경공단과 유증기 회수설비 구축
골드수소 탐사, 비축기지에 태양광 설비 설치까지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탄소중립 시대에 사양산업 격인 원유를 다루는 김동섭 한국석유공사 사장의 횡보가 관심이다. '넷 제로(Net Zero)' 달성을 내걸고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환경공단을 비롯해 바다 건너 엑손모빌까지 그의 협력활동은 분야를 가리지 않는다. 김 사장은 정부가 요구한 혁신계획에도 ‘넷 제로’를 적어냈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석유공사가 이룬 2022년 경영혁신 결과는 '성공'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원 감축(3%) ▲경상경비 45억 원 절감 ▲해외 비핵심자산과 국내 불요불급자산 합리화 ▲복리후생비 축소와 생활안정자금 규정 개정 등의 이행률이 모두 100%다.
재정건전화 실적도 목표 155억 원의 10배가 넘는 1650억 원을 달성했다. 신규인력 채용을 억제하고 경비와 사업비를 절감하는 방식으로 859억 원을 절감하고, 가격협상에 고유가 상황을 적극 활용해 790억원의 자산매각 실적을 거뒀다.
이같은 실적으로 석유공사는 2022년 흑자 경영을 영위했다. 유가 호조, 원가 절감, 비축자산 활용 증대로 석유공사의 당기순이익은 3130억 원에 달했다.
석유공사가 직접 유류를 공급하는 알뜰주유소 사업은 인근 주유소의 판매 가격 인상을 억제해 소비자에게 혜택으로 돌아갔다. 2022년 기준 전국 알뜰주유소는 일반주유소보다 유류를 리터당 약 45원 저렴하게 판매했다.
석유공사는 향후 계획에서 169억 원의 재정건전화 목표를 설정하고, 동시에 넷 제로 달성을 통한 에너지 효율 개선, 노후 조명등 LED 교체 등 에너지 쥐약계층 사업을 예정하고 있다.
석유공사로선 넷 제로는 사활이 걸린 문제이다. 탄소복합물인 석유를 생산, 유통, 판매하는데 ‘탄소’를 없애란 말은 ‘문을 닫으라’라는 말과 같기 때문에 석유 사업과 탄소중립을 병행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석유공사는 2021년 알뜰주유소의 주유기 옆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해 알뜰주유소의 에너지수퍼스테이션화를 선도했다. 2021년 9월 자영알뜰주유소를 주유와 전기차 겸용 1호점로 개장한데 이어 그해 12월에는 녹박재알뜰주유소에도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다. SK에너지가 서울 금천구 박미주유소를 에너지수퍼스테이션으로 바꿔 개장한 때가 2022년 2월이니 석유공사가 이 분야를 선도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2022년 6월 석유공사는 한국환경공단과 손잡고 알뜰주유소에 유증기 회수설비 확충에 나섰다. 유증기 회수설비는 주유소 저장시설과 주유 시설에서 발생하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의 배출을 저감하는 시설로, 대기질을 개선하고 폭발과 인체흡입을 방지한다.
같은해 9월엔 한국원자력연구원과 손잡고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술 개발에 나섰다. 원자력발전은 방사성폐기물 문제만 해결된다면 탄소중립 시대에서 넷 제로를 실현할 주요 에너지원이다. 석유공사와 원자력연구원은 ▲고준위방사성폐기물 관리기술과 관련 부지 조사 기술 개발 ▲관련 기술 개발을 위한 인적·학술적 교류 활성화를 진행하기로 약속했다.
넷 제로를 외치는 석유공사는 2023년 3월 동해비축기지의 넷 제로 달성에 성공했다. 석유공사는 2022년 2~10월 태양광발전설비를 255kW로 확대하고 불필요한 전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고효율 변압기를 도입했다. 이러한 노력의 결과로 2022년 4분기 동해비축기지의 순 탄소 배출량은 0톤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27.6톤의 이산화탄소를 감축한 것이다.
이와 함께 석유공사는 땅속에 묻힌 수소, 즉 골드수소(혹은 화이트수소) 채굴에 나섰다. 지난 4월 말 윤석열 대통령의 방미 기간에 김동섭 사장이 경제사절단의 일원으로 미국을 방문해 글로벌 석유기업인 엑손모빌 등과 만나 전통에너지 석유와 수소, CCS 등 에너지신산업 협력을 약속했다.
석유공사는 2023년 9882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절반인 4989억 원을 상반기에 투자한다. 해외 석유자원개발 사업에 3891억 원, 국내 대륙붕 사업에 172억 원을 투입한다. 비축유 구매에 407억 원, 알뜰주유소 사업에 336억 원, 비축기지 노후시설 보수에 183억 원을 투입한다. 하반기에도 나머지 4903억 원을 들여 항목별로 비슷한 수준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다.
석유공사 관계자는 “최근 유가 급락 등 대외 불확실성 증가로 인해 집행률 제고에 어려움이 예상되나 일정관리 강화와 집행 독려를 통해 차질 없이 이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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