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5.25~5.50%로 유지…韓과 2.0%p 금리차
추경호 "국내 안정적이나 경계심 갖고 예의주시"
8월 물가 3%대 꿈틀…시장 "고금리 장기화 필요"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다음달 열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의 통화정책방향회의에 시선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미국의 금리 조정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지만, 미국의 매파적인 기조가 물가에 미칠 영향은 적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이에 따라 추가 인상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21일 미국 연준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이후 기준금리를 현 수준인 5.25~5.50%로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한국과의 금리 차는 2%포인트를 유지했다. 연준은 성명서를 통해 현재 경제 상황에 대한 낙관적인 시각을 내비쳤지만 인플레이션 수준은 여전히 높다고 진단했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자회견에서 금리 추가 인상을 시사했다. 그러면서 인플레이션이 하락해 정책 목표 수준(물가상승률 2%)으로 안정화됐다고 확신이 들 때까지 긴축적인 통화정책을 유지할 것이라고도 했다.
우리 정책·금융당국은 이날 오전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를 열고 FOMC 발표 이후 금융·외환시장이 받게 될 영향에 주목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장관은 회의에서 "고금리 장기화 가능성이 한층 높아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그는 국내 금융·외환시장은 현재 안정적이라고 판단했다. 외국인의 투자가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고 환율도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FOMC의 동결 결정으로 '고금리 장기화'가 예상되고 국제유가 상승도 점쳐지면서 "경계심을 갖고 시장 상황을 예의주시하겠다"고 밝혔다.
시장의 이목은 다음달 19일 열릴 예정인 금통위로 쏠린다. 그간 한국은행은 연준처럼 긴축 기조를 유지해왔다. 2021년 11월 기준금리를 1.00%까지 올린 이래 3.50%까지 2년여간 인상·동결을 반복했고 어느새 금리는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최고 수준이 됐다.
이 기조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도 보인다. 이창용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기자 간담회에서 "금통위원 전원이 최종금리를 3.75%까지 열어두자는 데 동의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금리 인하를 논의하는 건 섣부르다며 "시기를 정해놓고 금리정책을 하지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일각에선 연준의 이번 발표를 토대로 금통위의 추가 금리인상을 조심스럽게 관측한다. 올해 금통위는 10월과 11월 두 차례 남았는데, 금통위원들의 의견대로 한 차례 상향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근거는 역시나 물가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3.4%를 기록했다.
6~7월까지는 2%대를 유지하다가, 농수산물 가격이 치솟으며 석 달 만에 3%대로 올라선 것이다. 금통위는 직전회의에서 물가가 상당기간 목표수준을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국제 원자재 가격 변화, 기상여건, 국내외 경기 흐름에 영향을 받겠다고도 했다.
여기서 눈여겨볼 품목은 석유류다. 지난달 석유류 가격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11.0% 하락했다. 7월 하락폭(25.9%)보다 둔화된 것인데, 연말이 다가오면서 석유류가 반등하게 되면 물가는 더 뛸 수도 있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한은의 긴축기조는 계속되고 추가 조치도 있을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한은의 금통위원 전원 3.75% 가능성 열기 기조가 상당기간 이어질 전망이다"라며 "성장세는 미국보다 약해도 목표치는 넘는 물가 상황, 가계부채 증가 등을 고려할 때 한은 역시 고금리 장기화가 필요하다"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