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4E부터 GPU 위에 HBM 바로 쌓는 기술 부상"
2027년까지 HBM 수요 연평균 71% 성장 전망
[데일리한국 김언한 기자] 정성공 옴디아 연구원(이사)이 고대역폭메모리(HBM)에서 3D로 누가 먼저 가느냐에 따라 업계에 커다란 지형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 연구원은 지난 23일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진행된 '옴디아 한국 테크놀로지 컨퍼런스'에서 "HBM4E부터는 그래픽처리장치(GPU)에 HBM을 바로 적층(스태킹)하는 방식을 활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난도 높은 이 기술을 먼저 하는 업체는 엄청난 프리미엄을 가져가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HBM 자체는 3D 구조다. 하지만 로직칩과 HBM은 수평 즉, 2D로 배열된 것이어서 이 패키지 구조는 2.5D로 불렸다.
HBM을 로직칩 위에 바로 적층하게 되면 이는 그 자체로 3D 구조가 된다. 업계에선 이 과정에서 인터포저가 생략돼 패키지 크기와 비용을 줄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D 구조를 갖게 되면 캐시 메모리(cache memory)처럼 속도 면에서도 강점이 더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로직칩과 HBM은 실리콘 인터포저 위에 배열되고 인터포저 아래에는 서브스트레이트가 위치한다. HBM에선 실리콘관통전극(TSV)과 미세한 금속배선을 형성하는 인터포저가 반드시 필요했다.
HBM은 복수의 메모리가 단일 반도체인 것처럼 된 반(半) 패키징 제품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을 공급하면 지금까지는 TSMC 등이 이를 받아 GPU와 함께 최종 패키징 작업을 했다. 로직 위에 HBM을 직접 쌓는 3D 패키징에선 GPU 설계업체와 메모리업체간 더욱 긴밀한 협력이 요구된다.
이날 정 연구원은 앞으로도 수년간 HBM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진단했다. 정 연구원은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HBM 생산능력을 올해보다 2배 이상 늘린다고 해도 대기 수요를 감당하긴 어려울 것"이라며 "2026년에도 HBM 공급량은 충분하지 않을 전망"이라고 말했다.
HBM은 구현 자체가 어렵고 수율 자체가 높지 않다. 특히 TSV 공정의 난도가 높아 HBM 수율이 80% 이하인 것으로 알려졌다. TSV는 수직으로 일정하게 구멍(데이터 통로)을 뚫는 게 핵심이다. 하지만 1000개 이상의 구멍을 만들어야하는 특성상 규칙적으로 구멍의 폭을 형성하는 것이 쉽지 않다.
정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GPU 'H100'의 가격은 5000만~6000만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불량이 날 경우 수정하기 어렵다"며 "이처럼 고가의 GPU에 들어가는 HBM은 반드시 품질이 보증돼야 HBM 제조사들이 공급량을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옴디아에 따르면 올해부터 2027년까지 HBM에서 비트 수요 성장률은 연평균 71%를 보일 전망이다. 같은 기준으로 일반적인 D램은 19%의 연평균 성장률을 보일 것으로 관측됐다.
HBM의 높은 가격 프리미엄도 상당 기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HBM은 일반 D램 대비 5~7배 비싼 것으로 알려져있다.
정 연구원은 "2025년 D램 가격 반등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다"며 "이로 인해 HBM 가격은 더 오르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HBM 시장을 둘러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HBM 공급을 얼마나 하느냐는 수익성과 직결되고 D램 전체 점유율에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
옴디아는 SK하이닉스의 3분기 매출 기준 글로벌 D램 점유율이 35%를 차지했다고 분석했다. HBM 공급을 크게 늘린 효과가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이를 감안하면 3분기 삼성전자의 D램 점유율은 30% 후반 수준에 그친 것으로 추정된다. 양사의 D램 점유율 격차는 지난 2분기보다 좁혀졌을 가능성이 높다. 올해 2분기 삼성전자(38.2%)와 SK하이닉스(31.9%)의 D램 점유율 격차는 6.3%포인트(p)로 1분기 18.1%p에서 크게 좁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