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중심 에너지믹스 담긴다는 11차 전기본 초안 발표 미뤄져
태양광·풍력 인허가 더딘 가운데 재생에너지기업 영업실적도 악화

올해 초 예정됐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한국에너지공단 동영상 캡처
올해 초 예정됐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초안 발표가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사진은 제주탐라해상풍력발전단지. 사진=한국에너지공단 동영상 캡처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최근 대한상공인당을 창당한 한국수력원자력 사장 출신 정재훈 공동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윤석열 정부 들어 산업통상자원부의 재생에너지정책부서에 대한 감사가 여러번 있었다고 들었다”며 “이런 분위기에서 재생에너지 업무 공무원이 어떻게 일을 할 수 있겠나”라고 토로했다.

그는 “정권의 입맛에 따라 산업부 정책이 달라지고 관련 공무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은 없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재생에너지산업의 체력은 최근 급격하게 저하되고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태양광 제조기업인 한화솔루션과 신성이엔지가 국내 사업에서 고전을 겪고 있는 게 대표적이다.

한화솔루션은 태양광모듈을 생산하는 음성공장과 진천공장에서 희망퇴직 절차를 마무리했다. 이미 음성공장의 가동을 중단한 상태이며 곧 문을 닫을 계획이다. 태양전지와 태양광모듈을 동시에 생산하는 진천공장의 경우 연명 수준으로 가동은 하고 있지만 인력을 재배치할 예정이다.

이번 구조조정을 거치면 한화큐셀의 태양광모듈 생산능력은 2.7GW로 내려앉는다. 3.5GW 규모의 태양광모듈을 생산해오던 음성공장은 정적이 흐르고 기계에 먼지만 쌓여갈 것이다. 그나마 태양전지 생산능력은 6.2GW로 명맥은 유지하게 된다.

신성이엔지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재생에너지(RE)사업부문의 매출이 12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었다. 영업이익은 언급하지 않았다. 국내 태양광 산업 위축과 고금리에 영향을 받은 결과라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정부가 재생에너지를 배척하면서 이들 재생에너지업계가 어려움에 빠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산업부가 최근 글로벌 펀드사인 블랙록의 전남 신안 해상풍력사업을 불허한 사례에서도 정부 정책 방향을 어느정도 읽을 수 있다. 블랙록의 해상풍력사업은 10조 원에 달하는데, 산업부는 단지 송변전설비의 부족을 이유로 사업을 허가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10차 장기송변전설비계획에 호남~수도권을 잇는 전력고속도로 건설 계획이 수립돼 있고, 수도권 반도체 메가클러스터로 이어지는 동해안 송전선로도 별도로 추진되고 있어 산업부의 블랙록 사업 불허가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있다.

한국 최초로 태양광발전과 ESS를 이용해 산업용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한 신성이엔지의 용인사업장.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한국 최초로 태양광발전과 ESS를 이용해 산업용 마이크로그리드를 설치한 신성이엔지의 용인사업장. 사진=신성이엔지 제공 

윤석열 정부의 태양광사업 대상 수사로 2023년 태양광 보급량은 2GW 정도에 그쳤다. 2022년 4.1GW가 보급된 것에 비해 큰 폭으로 줄어든 모양새다.

해상풍력 역시 산업부가 올해 고정가격입찰을 맺은 사업지는 △400MW 신안무의해상풍력 △164.5MW 영광낙월해상풍력 △1GW 완도금일해상풍력 △76.2MW 고창 동촌해상풍력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올해 초 발표될 것이라던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 초안은 2월 들어서도 감감 무소식이다. 11차 전기본에는 전체 전력 중 원전 비중이 대폭 늘어날 것이라는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오는 4월 총선을 앞두고 여권 지지율이 정체하면서 11차 전기본 초안 발표를 미루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원전 비중을 50% 이상으로 늘리자는 원자력업계의 요구를 전기본에 그대로 반영할 경우 자칫 총선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원전 반대 여론을 무시할 수 없어서다.

에너지 정쟁은 차치하더라도 원자력업계의 요구가 11차 전기본에 그대로 반영될 경우 세계적인 트렌드인 재생에너지가 한국에서는 진짜 ‘찬밥’ 신세로 전락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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