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원외 조직위원장 간담회…용산 성토의 장
120여명 모여 3시간 넘게 총선 패인·재건 방향 논의
이종섭·황상무 사태 지적…"고래 꼬리짓으로 송사리 죽어"
관리형보다 '혁신 비대위' 선호…'당원 100%' 룰 개정 요구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19 사진=연합뉴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후보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카메라를 향해 사죄 인사를 하고 있다. 2024.4.19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22대 총선에서 패배한 국민의힘 낙선자들이 19일 총선 참패 원인을 용산 대통령실에 돌리며 작심 비판을 쏟아냈다. 비공개 회의에서는 대통령실의 개입과 이종섭·황상무 사태 등 ‘용산발(發) 리스크’를 총선 패인으로 규정하는 한편, 차기 지도부 구성과 방식에 대한 당 재건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일리한국 취재를 종합하면 오전 10시부터 3시간 넘게 진행된 이날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는 그야말로 성토의 장이 됐다. 침통한 분위기 속 이어진 비공개 회의에서는 대통령실을 향한 낙선자들의 쓴소리가 분출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특히 서울 광진을에서 낙선한 오신환 전 의원과 서울 강동을에서 낙선한 이재영 전 의원이 강한 어조로 비판을 쏟아냈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오 전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부터 이번 총선까지 특정인을 지목한 대통령실 개입을 강하게 문제 삼았고, 이 전 의원은 언론에 비친 22대 당선인 간담회의 분위기를 ‘하하호호, 희희낙락’이라는 표현에 빗대 “참담했다”고 발언했다.

◇ '용산발 리스크'부터…당선인 모임 지적도

간담회 도중 나온 이 전 의원은 기자와 만나 “당선인 모임에서 당이 반성하는 모습인가 의구심이 들었다”며 “심적으로는 안 그랬을 수 있겠으나 최소한 언론 통해 본 당선인의 모습은 반성 모드는 아니었던 것 같고 주변 시민들도 많이 얘기했다”고 지적했다.

험지에서 낙선한 3040 후보들의 모임인 ‘첫목회’에 대해선 “가벼운 마음으로 만나 10명 정도로 확장됐다. 만나서 얘기하다 보니 선거와 당이 앞으로 나아가야할 방법에 대해 자연스럽게 얘기가 나왔다”면서 “당이 혁신하고 쇄신하기 위해 3040의 마음을 얻어야 한다(는 차원에서) 친 3040 정책과 기조를 얘기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이수정 후보 등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이날 간담회에는 4·10 총선 수도권 낙선자들을 비롯한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참석했다. 2024.4.19 사진=연합뉴스
19일 국회에서 열린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에서 이수정 후보 등이 윤재옥 원내대표 겸 당 대표 권한대행의 인사말을 듣고 있다.이날 간담회에는 4·10 총선 수도권 낙선자들을 비롯한 원외 조직위원장들이 참석했다. 2024.4.19 사진=연합뉴스

서울 노원을에서 낙선한 김준호 전 선임비서관은 “황상무 수석이나 이종섭 호주대사 사건 이후로 (유권자들이) 저를 노원구을의 김준호로 바라보지 않았다. 어떤 분들은 대통령실이나 당을 보면 절대 찍어줄 수 없다고 하더라”면서 “송사리가 아무리 헤엄쳐도 고래가 잘못된 꼬리 짓을 하면 그 송사리는 다 죽을 수밖에 없다”며 패배 원인을 설명했다.

김 전 비서관은 내부 분위기에 대해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안 좋고 본인들의 소회나 당 지도부, 대통령실 관련해서 말씀을 많이 하고 계신다”며 “진행되면서 분위기가 좀 더 고조되고 있다”고 전했다.

◇ '당원투표 100%' 룰 개정에 공감대…"민심 반영해야"

당의 재건 방향에 대해선 기존 ‘영남당’ 이미지 탈피를 위해 수도권 지도부 구성의 필요성, 집단 지도체제, 혁신형 비대위 등 전반적인 체질 개선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또 현행 ‘당원투표 100%’ 전당대회 룰에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늘려 민심을 반영해야 한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이혜훈 전 의원은 “(현행 전당대회 룰 개정과 관련해) 당원하고 일반국민 (투표) 비율을 5대5로 주장하는 분도 있지만 그게 힘들다면 기존 방식이던 7대3 정도는 복원을 했으면 좋겠다”고 했고, 김 전 비서관도 “5대5든 7대3이든 (현행 룰을) 바꾸긴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재영 전 의원도 “민심이 반영되지 않은 당심은 선거에서 필패한다는 것을 봤기 때문에 민심이 반영 돼야 한다”면서 “(당원과 일반 여론조사 비율을) 5대5로 과거에 한 적이 있어서 그 정도로는 돌아가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혜훈 전 의원은 또 “저희가 야당일 때는 단일 지도체제가 강력한 당권을 뒷받침 해준다는 의미가 있었을지 모르겠으나 지금은 저희 목소리가 대표 하나가 단일 스피커로서 다양한 목소리로 강력히 나가지 못 하는 어려움이 있다”면서 “당대표에 준하는 고출력 스피커들이 여러 개 확보되는 집단 지도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전 비서관은 “민심의 바로미터가 수도권이기 때문에 지도부에 수도권 의원이 입성하는 게 어느 정도 필요하다”면서 “원내대표를 포함해 지도부 계신 영남분들은 본인 지역구 민심도 좋지만 여의도나 주변 목소리에 좀 더 귀 기울이면 좋겠다”고 했다.

◇ 결의문 발표…"전국 정당화 위해 환골탈태"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손범규 등 후보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4.19 사진=연합뉴스
지난 총선에서 낙선한 국민의힘 손범규 등 후보들이 19일 국회에서 열린 원외조직위원장 간담회를 마치고 결의문을 낭독하고 있다. 2024.4.19 사진=연합뉴스

그러나 국민의힘 원외조직위원장들이 간담회를 마친 뒤 발표한 결의문에서는 이 같은 내용은 제외됐다. 일부 낙선자를 중심으로 이에 불만을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주혜 대변인은 회의가 끝난 후 기자들과 만나 “미세한 내용에 대해 서로 의견이 다를 수 있지만 전반적으로 다 동의했다”고 답했다.

원외조직위원장들이 발표한 결의문에서는 “전국 정당화가 되기 위해 환골탈태해 젊은 청년 정치인 육성 위해 당력을 집중하겠다”며 “당의 민주화와 유능한 정당으로서의 변모에 우리 모두가 앞장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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