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대통령-이재명, 용산 대통령실서 2시간10분 동안 차담
이재명, 민생지원금 지원·채상병 및 金여사 특검법 요구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윤석열 대통령은 29일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대표와 만나 '화합의 정치'를 모색했다. 2022년 5월10일 취임 이후 721일 만이자, 제22대 국회의원 선거가 여당인 국민의힘의 '완패'로 끝난 지 19일 만이다. 윤 대통령은 주로 '경청'했고, 이 대표는 계속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에 대한 유감을 표명했다. 해병대 채 상병 사망사건에 대한 외압 의혹 특별검사법(채상병 특검법)과 함께 이태원 참사에 대한 특별법도 수용하라고 촉구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2시4분쯤 용산 대통령실에서 이 대표와 만났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가 정진석 비서실장의 안내로 집무실에 도착하자, 밝게 웃으며 "오랜만입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또한 이 대표의 손을 맞잡고 오른팔을 감싸기도 하면서 "선거 운동하느라 아주 고생이 많으셨을 텐데, 이제 건강은 다 회복하셨습니까"라면서 안부를 물었다. 그러자 이 대표는 "아직도 많이 피로합니다. 고맙습니다"라고 화답했다.
회담은 대통령실 2층에 있는 윤 대통령의 집무실에서 차담 형식으로 진행됐다. 남색 정장에 자주색 계열의 넥타이를 맨 윤 대통령 우측으로는 정진석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검은색 정장에 남색 넥타이를 맨 이 대표 좌측으로는 진성준 정책위의장,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 박성준 수석대변인이 앉았다.
양측은 모두발언까지만 언론에 공개한 뒤 비공개 차담을 이어가기로 했다. 별도 시간제한을 두지 않기로 했던 만큼,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기본으로 설정해 놓은 '1시간'을 훌쩍 넘겼다.
윤 대통령은 "초청해 응해주셔서 감사하다. 용산에 오셔서 여러 이야기를 나누게 돼 반갑고 기쁘다"며 "편하게 여러 가지 하시고 싶은 말씀하시라"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가 "비가 온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날씨가 좋은 것 같다"고 말하자 "이 대표님을 만나는 것을 우리 국민이 고대해 좋은 날씨를 준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간단한 인사말로 모두발언을 갈음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원고를 안주머니에서 꺼내 약 18분 동안 꺼내 읽으며 '정중한 질책'을 이어갔다.
이 대표는 "국정 기조 전환을 요구하는 총선의 민의를 존중해 달라"면서 "행정 권력으로 국회와 야당을 혹여라도 굴복시키려고 하시면 성공적인 국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태원 참사 특별법과 특검법 등에 거부권을 행사한 데 대해서도 유감을 표명했다. 그러면서 "국회의 결정을 존중하겠다는 약속을 해주면 참으로 좋겠다는 생각한다"면서 "정중히 요청한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159명 국민이 영문도 모른 채 죽어갔던 이태원 참사, 채 해병 순직 사건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강구하는 것은 국가의 가장 큰 책임이라고 생각한다"며 "채 해병 특검법, 이태원 참사 특별법을 적극적으로 수용해달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 기회에 국정 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분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면 좋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부인인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특검법을 수용해야 한다는 메시지로 읽힌다.
이 대표는 윤석열 정부의 핵심 국정과제인 의료 개혁에는 협력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의료계가 크게 반발하는 의과대학 정원 확대 문제와 관련해선 '반드시 해야 할 주요 과제'라고 평가하면서 "우리 민주당도 적극적으로 협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어 "민주당이 제안했던 국회 공론화특위에서 여야와 의료계가 함께 논의한다면 좋은 해법이 마련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민생회복지원금에 대한 의지를 밝히기도 했다. 민생회복지원금은 전 국민에게 1인당 25만원, 4인 가구 기준 100만원을 지역화폐로 지급하는 것이 골자다. 이는 코로나19 사태 당시 문재인 정부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추진한 재난지원금과 비슷한 것으로, 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22대 총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민주당에 따르면 민생회복지원금에는 약 13조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 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달라"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 주길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은 오후 2시4분부터 4시14분까지 총 2시간10분 동안 진행됐다. 회담에는 대통령실에서는 정 비서실장과 홍 정무수석, 이 홍보수석이, 민주당에서는 진 정책위원회 의장과 천 대표비서실장, 박 수석대변인이 배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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