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 여파로 RBC 하락...IRFS17·K-ICS 도입까지 자본확충 계속 이뤄질 전망

보험사 자본확충/제공=연합뉴스
보험사 자본확충/제공=연합뉴스

[데일리한국 박재찬 기자] 보험사들이 지난해와 올해만 총 5조원에 육박하는 자본확충에도 불구하고, 금리인상 등 여파로 재무건선성 지표인 RBC비율은 하락했다. 보험사의 자본확충은 새국제회계기준(IRFS17) 및 신지급여력제도(K-ICS, 이하 ‘킥스’)가 도입되는 내년까지 계속 이뤄질 전망이다.

25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26일 NH농협생명은 농협금융지주로부터 3750억원 규모의 증자를 받을 예정이다. 농협생명의 자본확충은 지난달 6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 이후 한달만이다. 농협금융은 금리변동성이 커지면서 보험사 RBC비율 하락이 예상돼 선제적으로 유상증자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농협생명 관계자는 “금리 상승에 따른 건전성 하락이 우려돼 선제적인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RBC는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보험금을 지급할 여력이 있는지 나타내는 지표로 보험사의 가용자본을 요구자본으로 나눈 값이다. 보험업법상 100%이상을 유지해야 하고, 금융당국은 150%이상을 권고하고 있다.

지난해 보험사들은 RBC비율을 유지하기 위해 총 2조9230억원 규모의 자본확충에 나섰다. 교보생명은 4700억원 규모의 ESG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고 미래에셋생명 3000억원, KB생명 2000억원, 푸본현대생명 1500억원, DGB생명 500억원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손보사들은 자본확충에 더 적극적으로 나섰다. DB손해보험 4990억원, 현대해상 3500억원, KB손해보험 3790억원, 메리츠화재 2100억원, NH농협손해보험 1000억원, 흥국화재 65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고 캐롯손해보험은 1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했고, 롯데손해보험은 5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발행했다.

보험사 평균 RBC비율/제공=금융감독원
보험사 평균 RBC비율/제공=금융감독원

이러한 보험사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말 보험사 RBC는 하락했다. 지난해 금리상승 등에 따른 매도가능증권평가이익이 감소했고, 운용자산 증가에 따라 신용위험액도 증가했다. 여기에 현금배당 예정액이 2조2000억원 줄어든 영향도 크다. 지난해말 전체 생보사 RBC비율은 254.4%로 3분기 261.8% 대비 7.4% 감소했다. 같은 기간 전체 손보사 RBC비율도 231.4%로 전분기 241.2% 대비 9.8% 떨어졌다.

보험사별로 보면 최근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해보험은 RBC비율이 88.3%로 전체 보험사 중 가장 낮았다. 뒤를 이어 흥국화재 155.4%, DB생명 157.7%, 흥국생명 163.2%, 악사손보 169.7%, 한화손해보험 176.9%, KB손해보험 179.4%, 한화생명 184.6%, 코리안리 187.9%, NH농협손보 196.5% 순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보험사들은 금리인상 등 RBC비융 하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앞다퉈 자본확충에 나섰고, 지난달과 이달에만 무려 1조7400억원의 자본확충이 이뤄졌다. 이는 지난해 1년간 자본확충 규모의 절반 이상의 규모다.

지난달 한화손보가 25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에 나선데 이어 DB생명, 흥국생명, 흥국화재, 농협생명이 각각 950억원, 200억원, 500억원, 6000억원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다. 여기에 이달에도 메리츠화재가 신종자본증권 700억원, 푸본현대생명 500억원, 농협생명 2300억원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다.

보험사의 자본확충은 지난해 올해만의 일은 아니다. 보험사는 그동안 꾸준히 자본확충에 나섰지만, RBC비율은 좀처럼 개선되지 않았다. 보험사 RBC비율은 2018년말 260.8%에서 2020년말 275%까지 개선됐지만, 지난해 242.9%까지 추락했다.

특히, IRFS17 및 킥스의 본격적인 도입을 7개월 앞둔 지금부터가 더 문제다. IFRS17 및 킥스는 보험부채평가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하는 것이 핵심이고, 이렇게 규제가 개편될 경우 RBC비율이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지난 22일 금융감독원은 보험사 CEO들을 모아 RBC비율 하락에 따른 의견을 청취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보험사들은 내년 새 자본규제를 앞두고 있는 만큼 건전성 규제를 한시적으로 완화해달라는 입장을 전달했고, 금감원은 이미 예고된 규제인데다가 단기적 재무 충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해온 만큼 철저한 준비를 해야한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들의 자본 확충은 내년 IFRS17 도입 직전까지 계속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또 부동산, 채권 등 자산매각, 채권재분류 등을 통해 새로운 규제에 대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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