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까지 60개 기업 무증...제약·바이오 중심으로 급증
무증 해도 기업가치 변동 없어...주주환원 효과도 미미
기업 주요 주주, 무상증자 시기 활용해 투자회수 노려
[데일리한국 이기정 기자] 금리 인상 등 영향에 국내 증시가 크게 흔들리면서 상장사들의 주가가 급락하고 있다. 이에 기업들은 주주 환원의 기치를 내걸며 무상증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이에 따른 주주 환원 효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국내 주식시장에서 올해 무상증자 결정을 공시한 기업은 60여개다. 앞서 2019년과 2020년, 2021년에는 각각 50개, 69개, 119개의 기업이 무상증자를 진행했다.
무상증자란 기존 주주에게 무상으로 신주를 배정해주는 것을 의미한다. 기업이 보유한 잉여 자본을 통해 진행되기 때문에 대표적인 주주가치제고 수단 중 하나로 꼽힌다.
기업들은 무상증자 과정에서의 권리락을 통한 주가 재조정으로 소액 거래자들을 유입해 주식 유동성을 늘리거나, 무상증자를 진행할 정도로 자본에 여유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수단으로 활용하곤 한다.
국내 시장에서는 지난 2020년부터 제약 및 바이오 업종을 중심으로 무상증자가 크게 증가하고 있으며, 최근에는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소외받는 기업들이 신주배정수를 늘린 무상증자를 진행하는 현상이 포착된다.
실제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무상증자 기업들의 올해 신주배정수 평균은 1.82주로 2019년 0.73주, 2020년 0.96주, 2021년 0.92주 대비 급등했다. 특히 올해 상장 1년 이하 기업의 신주배정수 평균은 2.58주로 나타났다.
신주배정수가 급증하는 가운데, 기업의 주가가 과도하게 요동치면서 피해자들 또한 속출하고 있다. 무상증자 테마주가 부각되면서 지난 7월에는 금융감독원이 직접 나서 무상증자 테마주에 대한 유의가 필요하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자본시장연구원에 따르면 7월까지 무상증자 발표 기업들이 직전 거래일부터 30거래일까지 상한가를 기록한 횟수는 40회로 나타났다. 지난해 연간 기록은 39회였다.
올해 하반기에도 이같은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이달 3일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아이씨에이치는 당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다만 주가는 권리락 발생 후 2거래일과 3거래일 연속으로 6% 이상 하락했다.
또 지난 9월 1일 무상증자 권리락이 발생한 폴라리스우노도 당일 상한가를 달성했다. 하지만 주가는 권리락 발생 다음 거래일부터 하락세를 지속해 현재 900원대까지 떨어졌다. 권리락 발생일 폴라리스우노의 기준가는 1395원이었다.
이외에도 하반기 무상증자를 진행한 엔지캠생명과학(기준가 3385원, 8일 종가 1915원)과 케이옥션(기준가 8320원, 8일 종가 5020원)등도 무상증자 당시에는 상한가를 기록했지만, 이내 하락세로 돌아서 현재는 기준가 밑에서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무상증자의 주주 환원 효과는 적고, 개인투자자를 유혹하는 수단으로 활용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특히, 무상증자가로 기업의 실질적인 가치에 변동이 생기지는 않는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아울러 무상증자 후 기업의 주요 주주들도 무상증자 공시일과 익일에 주식을 매도하는 건수도 적발돼 우월한 정보를 갖고 있는 내부자와 주요 주주들이 무상증자 공시를 이용해 기회주의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남길남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무상증자는 투자자의 관심을 끌기 위해 과거 무상증자에 비해 과도한 신주배정수를 설정하고 있어 단기성 주가부양 목적이 강하다"며 "주주나 투자조합은 무상증자 시기를 투자회수 기회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무상증자를 주주환원 정책으로 포장해 개인투자자의 관심을 끄는 행위는 무상증자의 남용에 해당할 수 있기에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 무상증자 공시에 무상증자의 목적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무상증자 테마주가 부각되면서 본래 목적인 주주환원 효과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며 "무상증자 공시를 단순하게 호재라고 여기는 것을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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