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회장 "연임 나서지 않겠다" 입장 밝혀…세대교체 조짐
롱리스트 8명 확정 소식…이원덕·박화재·김정기·임종룡 등
금융당국 압박이 용퇴 배경 분석…노조 "낙하산 반대 원칙"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최근 연임을 포기하면서 차기 회장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금융권 CEO들의 세대교체 바람이 불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관치금융 논란도 계속될 것으로 보여서다.
이런 가운데 우리금융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는 최근 차기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 8명을 확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20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추위가 확정한 후보자 8명 중 내부 출신(자회사 대표, 지주·은행 임원 등)은 5명, 외부 출신은 3명이다. 내부 출신은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다.
외부 출신은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다. 임추위는 오는 27일 2차 회동을 갖고 숏리스트(최종 후보) 2~3인을 확정할 예정이다. 3월 말로 예정된 우리금융 주주총회 전엔 새 회장의 윤곽이 들어날 전망이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18일 "연임에 나서지 않겠다"라는 의사를 밝혔다.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일찍이 용퇴 의사를 밝혔고 손병환 NH농협금융 회장도 교체되면서 금융권엔 세대교체가 본격적으로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손 회장의 연임 포기가 금융당국의 압박에서 비롯된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손 회장은 지난 2020년 금융감독원(금감원)으로부터 'DLF 불완전판매' '내부통제 실패' 등을 이유로 문책경고의 중징계를 받았다. 이후 소송전이 이어졌고, 지난해 12월 대법원이 손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DLF 사법 리스크를 털어낸 바 있다. 그러나 라임 사태와 관련해 금융위원회(금융위)로부터 받은 '문책경고'도 남아있어 제재 불복 소송을 시작할지가 관심사였다.
그 사이 손 회장이 소송을 고려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금융당국 수장들은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못했다. 이복현 금감원장은 지난해 11월 손 회장을 두고 "현명한 판단을 기대한다"라고 했고,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얼마 전 우리금융에서는 제도의 개선보다 소송 관련 논의만 나오고 있다며 "불편함을 느낀다"라고 밝혔다.
이와 맞물려 금융권에선 손 회장의 용퇴에 금융당국의 압박이 다소 작용했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다. 우리금융은 지난해 완전 민영화에 성공했지만, 정권과 금융당국의 입김은 여전하다는 후문도 나온다.
금융권의 시선은 이제 '포스트 손태승'에 쏠리고 있다. 우리금융은 최근 15년 간 내부 출신(이팔성, 이순우, 손태승 등)을 회장으로 선임해왔다. 이변이 없는 한 이번에도 이원덕 우리은행장 등 5명 중에서 차기 회장이 나올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또 BNK금융지주가 빈대인 전 부산은행장을 차기 회장 후보로 낙점했고 기업은행도 김성태 수석부행장을 은행장으로 승진시켰듯, 우리금융도 내부 출신을 회장으로 결정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다만, 다른 한편에서는 정치권 외풍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다. 외부 출신 중에선 특히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가장 무게감 있는 후보로 손꼽히고 있다.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은 1981년 행정고시(제24회)에 합격한 이후 △재정경제부 △주영국대사관 △기획재정부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등을 거쳤다. 지난 2013년부터 2015년까지는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이후 2015년부터 2017년엔 금융위원장을 지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와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금융 내부에서는 외부 출신에 대한 경계감을 드러냈다. 특히 노조에서는 27일 발표 예정인 숏리스트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한 관계자는 "현재로선 숏리스트가 결정되지 않았기 때문에 임추위의 결정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라며 "다만 외부 낙하산 인사는 반대한다는 원칙은 갖고 있다"라고 단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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