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추위 1차 후보 선정…이원덕·박화재 등과 3파전 양상
재경부·기재부 거친 관료…2015년엔 '금융위원장' 역임
'관(官)만 아니면 돼' 기류…노조, 외부 낙하산 인사 반대
[데일리한국 정우교 기자] 임종룡 전 금융위원장이 우리금융그룹 회장 롱리스트(1차 후보)에 이름을 올리면서 금융권에서는 뒷말이 계속되고 있다.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이 최근 연임 도전을 포기한 것을 두고 금융당국의 압박이 작용한게 아니냐는 설과 맞물려 관료 출신인 임종룡 전 위원장의 부각에 곱지 않은 시선이 쏠리고 있는 것이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임종룡 전 위원장은 여러 매체를 통해 우리금융 회장직 도전을 공식화했다. 그룹 임원후보추천위원회(임추위)의 롱리스트에 포함된 이후 후보 수락을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1차 후보에는 임 전 위원장 외에도 외부 출신은 △김병호 전 하나금융지주 부회장 △이동연 전 우리FIS 사장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내부 출신으로는 △이원덕 우리은행장 △박화재 우리금융지주 사업지원총괄 사장 △김정기 우리카드 사장 △박경훈 우리금융캐피탈 사장 △신현석 우리아메리카 법인장이 정해진 것으로 알려졌다. 임 전 위원장의 '출사표'에 대한 반응이 냉담한 이유는 그가 관료출신이기 때문이다.
임 전 위원장은 1981년 제24회 행정고시를 합격한 후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에 몸담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이었던 2009년부터 경제비서관, 경제금융비서관, 국무총리실장 등을 거쳤으며 2013년 NH농협금융 회장에 취임했다.
이후 2015년부터 약 2년간 금융위원장직을 수행했다. 현재는 연세대학교 경제대학원 특임교수, 법무법인 율촌 고문으로 재직 중이다.
우리금융 노조는 전날 기자회견을 열고 임 전 위원장을 직격했다. 노조 측은 임 전 위원장이 NH농협금융 회장 시절 사외이사에 정부 고위관료 출신인 인사를 임명해 구설수에 올랐으며, 금융위원장을 역임했을 때는 사모펀드 규제를 완화해 사모펀드 사태를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이뿐만 아니라 우리금융을 향한 정치권의 간섭을 비판하던 인물이, 이젠 오히려 우리금융 회장을 노리고 있다고 짚었다. 다른 내부 직원들의 분위기도 노조와 다르지 않은 모습이다. 일각에선 외부 관 출신 누구만 아니면 내부 누가와도 상관없다는 말까지 돌고 있다. 여기서 '외부 출신'은 임종룡 위원장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이들은 외부 출신이 차기 회장이 되면 정치권 외풍이 계속될 것이라는게 자명하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아울러 우리금융이 완전 민영화에 성공한지 1년이나 지났지만, 금융당국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못하고 계속 압박을 가하고 있다는 불만도 섞여 나온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최근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에 대한 발언 수위를 높여왔던게 그 방증이라는 것이다.
또한 입후보가 관치가 되는 이유를 모르겠다는 임 전 위원장 인터뷰도 문제시되고 있다. 임 전 위원장이 지난 2015년 NH농협금융 회장을 지냈다고는 하지만, 최근엔 NH농협금융을 비롯해 기업은행, 신한금융, BNK금융 등 여러 금융사 CEO들이 교체되고 있는 것과 맞물려 '낙하산' 인사 논란이 커져왔다.
금융권의 시각은 당연히 임 전 위원장의 NH농협금융 회장 경력이 아니라 재정경제부, 기획재정부, 금융위원회 경력에 쏠릴 수 밖에 없다. 새 기업은행장으로 거론됐던 정은보 전 금융감독원장이 관치논란을 피할 수 없었던 이유도 이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사가 아무리 금융당국의 규제 아래 있다고는 하지만, 금융사를 관리·감독했던 기관장이 피감기관의 장으로 다시 온다는 것은 상식적으로도 이해되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외부 인사가 회장이 된다고 하더라도, 예전엔 정치권·금융당국과의 소통이 늘어날 것이라고 기대했으나, 지금은 그렇지도 않다"라며 "외부의 입김을 완전히 벗어날 수 없는 현 상황에서 매번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는게 안타까울 따름이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우리금융 임추위는 27일 숏리스트(2차 후보) 3인을 확정할 전망이다. 손태승 회장의 임기는 오는 3월까지로 임추위는 그 전까지 최종 후보자를 선정할 것이라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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