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 자료로 본 신재생에너지 사업 비리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신재생에너지 업계가 궁지에 몰렸다. 감사원 감사, 검찰 수사, 대통령실 감찰을 연이어 받고 있다. 태양광사업을 감사 중인 감사원은 13일 비리혐의가 있는 중앙부처 전직 간부와 지자체장 등 38명을 검찰에 수사의뢰했고, 윤석열 대통령은 14일 신재생에너지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한 감찰을 지시했다. 감사원의 자료를 바탕으로 태양광 업계가 받고 있는 비리혐의를 살펴봤다.
#1. 중앙부처·지자체 공직자들이 민간사업자와 공모해 특혜 제공
감사원이 꼽은 첫번째 태양광 비리 혐의 사례는 에너지 정책 소관 중앙부처 과장들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업자에게 유리하게 부당한 법령 유권해석을 제공하는 등 특혜를 제공하고 퇴직 후 해당 업체에 재취업한 경우다.
충남에서 300MW 태양광발전사업을 추진한 A기업은 소재 군청의 반대로 사업부지의 3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목장용지(초지) 전용이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2018년 12월 중앙부처 과장 B씨의 소개로 담당과장 C씨를 만나 중앙부처가 A기업의 태양광시설을 초지전용이 가능한 시설로 판단해주도록 청탁했다.
이에 과장 C씨와 부하직원인 사무관 D씨는 중요 산업시설로 유권해석해 주기로하고, 산지관리법이 2018년 12월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을 제외하는 것으로 개정돼 권한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A기업에 유리한 유권해석을 내렸다.
개발행위허가를 담당하는 충남 소재 군청은 중앙부처의 유권해석을 근거로 초지전용을 허가하는 것으로 당초 입장을 변경했다.
문제는 이후에도 이어졌다. 사무관 D씨는 2019년 9월 국회로부터 해당 유권해석과 관련된 소명을 요구받고, 사실과 다른 법률을 인용한 점이 문제될 것을 우려해 해당 부분을 조작해 국회 답변자료를 허위로 제출했다.
중앙부처 과장 B씨는 2019년 4월 퇴직 후 2020년 11월 A기업의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이후 충남 소재 군청 공무원과 공모해 A기업의 300MW 사업에 대한 개발 허가를 추진했다.
충남 소재 군청 담당 공무원들은 2021년 9월 충남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300MW 태양광 사업 종료 후 원상복구 계획을 요구받았는데, 초지전용 담당부서와 협의하지 않았으면서도 A기업이 제출한 거짓된 원상복구계획을 심의자료로 제출해 위원회 심의를 통과했다.
충남 소재 담당 공무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2021년 10월 최초 개발행위허가 공문에 위원회의 의결과 다르게 원상복구 조건을 제외한 채 허가해 A기업에 지목변경(초지→잡종지)에 따른 특혜와 원상복구 의무가 면제되는 혜택을 제공했다.
#2. 자치단체장이 지인 업체에 사업자 선정 등 특혜 제공
감사원은 자치단체장이 입찰공고사 계약조건에 미달하는 부적격 지역업체와 계약을 체결해 특혜를 제공한 사례도 적발했다.
전북 소재 시의 D시장는 총사업비 1000억 원 규모의 99MW 태양광 사업을 추진하면서 2020년 10월 B기업과 C기업(이하 해당 기업)을 1·2공구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99MW 태양광 사업의 입찰공고에 따르면 우선협상대상자가 협상기한 내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한 경우 차순위 업체와 협상해야한다. 그런데 이들 기업이 입찰공고 상 연대보증 조건을 갖추려는 의지가 없어 해당 조건을 충족하기 어렵다는 내용을 D시장은 보고받았다.
D시장은 당연히 연대보증 조건 충족이 가능한 차순위 적격업체와 협상해야되지만, 이들 기업의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해주고 조속히 계약을 체결하라고 부하직원에게 지시했다. 그러나 해당 기업들은 연대보증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D시장은 2020년 12월 사업자금 조달 금융사와의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보고를 받고, 이를 승인한 후 2021년 3월 해당 기업들과 계약을 체결했다.
그 결과 D시장은 당초 고정금리 3.2%의 대출금리보다 최소 1.8%p 이상 높은 조건으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조달약정을 다시 체결해 대출금리와 연동된 해당 지자체의 수익금이 감소됐다. 손실 규모는 향후 15년간 110억 원에 이를 것으로 감사원은 추정했다.
#3. 국립대 교수가 허위서류 등을 통해 사업권을 편법 취득한 후 매각
감사원은 또 허위 자료와 이행의사가 없는 계획으로 발전사업과 점·사용 허가 등을 받아 사업권을 편법 취득한 후 착공도 하지 않고 있다가 사업권을 매각해 이득을 편취하는 사례를 적발했다.
전북지역 국립대 교수 E씨는 2015년 6월부터 가족명의의 D기업을 사실상 직접 경영하며 전북지역 내 100MW 규모의 풍력사업을 추진했다.
E교수는 풍력 분야의 모 권위자가 D기업을 100%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거나 투자기관의 의향과 상관없이 임의로 작성한 투자계획을 근거로 2015년 12월 발전사업 허가를 취득했다.
이후 2016년 10월엔 실제 이행의사가 없던 해당 지역 내 풍력기자재 제조공장에 400억 원 투자를 제안하는 방법으로 공유수면 점·사용 허가도 취득했다.
또 E교수는 2021년 9월 D기업과 그의 가족 소유 기업이 지분의 84%를 보유한 사업시행사(SPC, 특수목적법인)를 설립한 후 SPC가 D기업의 발전사업을 양수하는 인가를 신청하게끔 했다.
이 과정에서 애초 99억 원 규모의 사전개발비를 155억 원으로 부풀려 산정하거나 종료된 4104억 원 규모의 사업자금 조달계약을 근거로 허위 투자계획을 제출하는 등의 수법으로 양수 인가를 취득했다.
그런데 E교수는 착공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2022년 6월 SPC를 당초 투자금액인 자본금 1억 원보다 600배 많은 미화 5000만 달러에 해외업체에 SPC를 매각했다.
한편, 관련 해외업체는 2022년 8월 주식취득 인가 신청을 했다가 논란이 일자 같은해 10월 신청을 철회했고 발전사업허가권자인 산업부는 같은해 12월 SPC의 양수인가를 철회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4. 허위 기술평가서 등을 제출해 국고보조 사업자로 선정
감사원은 허위 기술평가서를 바탕으로 자부담 계획을 세운 후 대규모 국고보조사업자로 선정돼 보조금을 위법하게 교부받은 사례도 적발했다.
F기업은 2020년과 2021년 3차례에 걸쳐 에너지 정책 소관 중앙부처가 총괄하는 계량기 보급사업에 참여하며 총사업비의 50%에 달하는 사업자 자부담금을 보유기술로 현물출자해 충당하기로 계획했다.
그런데 F기업은 2020년 총사업비가 290억여 원, 자부담 140억여 원인 1~2차 사업 협약에 공인기관이 아닌 G평가업체가 평가한 158억원 규모의 기술감정서를 자부담금 증빙으로 제출했다.
이후 F기업은 2021년 총사업비 1500억여 원, 자부담 700억여 원인 2021년 3차 사업에도 사업자로 선정돼 이전과 동일한 수법을 썼다. 이때 F기업은 G평가업체에게 3차 사업의 자부담 수준에 맞춰 당초 기술평가액보다 7배 높은 1000억여 원으로 재평가해 줄 것을 요구했다.
G평가업체는 동일기술에 대한 평가금액을 3개월만에 또다시 증액해 평가할 수 없다며 수차례 거절하다가, 결국 2021년 F기업이 요청한 대로 정식 감정서가 아닌 의견서 형식을 빌려 허위 평가서를 작성해 줬다. F기업은 이를 증빙으로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 결과 F기업은 사업자 자부담금을 적게 부담하고 보조금 500억 원 상당을 위법하게 편취했다.
한편, 신재생에너지 업계 일각에선 감사원의 이번 수사 요청이 중앙정부와 지자체 내 신재생에너지 조직과 인력의 기를 꺽는 일이 될 수도 있음을 우려했다.
익명을 요구한 신재생에너지 업계 관계자는 “마음이 착찹하다”며 “이렇게 한후 새롭게 시작한다고 한들 새롭게 힘이 생길까”하는 의구심을 표명했다. 이어 그는 “남은 공무원들이 일을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줘야하는데 패배주의가 깃들어 신재생에너지 업무를 기피하지 않을까봐 걱정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