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건부 ‘불체포특권 포기’에 "반쪽짜리" 지적 나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정책의원총회에서 조정식 사무총장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나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김은경 혁신위원회가 요구한 ‘불체포특권 포기’를 수용하기로 뜻을 모으면서 쇄신의 첫 발을 뗐지만, 당 안팎에선 잡음이 여전히 나오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 조건으로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단서 조항을 붙여 ‘반쪽짜리 혁신’이라는 비판이 나오면서다.

최근 잇따라 도덕성에 상처를 입은 민주당이 당을 살리기 위해 혁신위를 띄웠지만 논란을 수습할 수 있을지에는 의문이 제기된다. 민주당 내에서는 총선 위기감에 대한 우려도 높다. 

 

◇ 혁신위 출범 한 달 만에 '1호 혁신안' 수용했지만…與 “껍데기 혁신안”

민주당의 도덕성 논란은 올해 특히 심화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국회 체포동의안 부결 과정에서 '방탄정당' 논란이 불거진 데 이어, 2021년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김남국 의원 가상자산 투자 논란 등이 연이어 터지면서다.

이에 당 내에서 이 대표 퇴진론이 제기되는 등 당이 갈등과 혼란에 휩싸이자, 민주당은 당 쇄신을 이끌 혁신위를 띄웠다. 하지만 지난달 20일 출범한 혁신위를 향해 사실상 큰 동력이 없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혁신위가 같은달 23일 '1호 혁신안'으로 제시한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의 불체포특권 포기 서약’과 ‘체포동의안 가결 당론’에 대한 당내 논의가 지지부진하면서다.

민주당은 같은달 26일 “체포동의안 부결을 당론으로 정하지 않겠다”며 사실상 혁신안을 거부했다. 지난 13일에는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논의했지만 당내 이견으로 결론을 내지 못했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검찰 청사 로비에서 면담 성사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과 관련해 송영길 전 대표가 지난달 7일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자진 출석 뒤 검찰 청사 로비에서 면담 성사 여부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다 혁신위 출범 약 한 달 만인 전날(18일)에야 민주당은 의원총회에서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뜻을 모았다. 하지만 이마저도 ‘반쪽짜리’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불체포특권 포기’에 ‘정당한 영장 청구 시’라는 조건을 달았기 때문이다. 김한규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정당한 영장 청구’ 기준에 대해 “국민의 눈높이”라고 설명했다. 형식 측면에서도 불체포특권 포기에 대한 결의문도, 당론 채택도 없었다.

이에 국민의힘은 전날과 19일 논평을 내고 민주당의 결정에 대해 “입맛대로 골라 불체포특권 포기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민주당표 꼼수’, '껍데기 혁신안', '반쪽짜리'" 등의 표현으로 비판했다.

 

◇ 민주당 위기 “절박하게 봐야 한다”…“문제없다” 목소리도

이런 가운데 당 안팎에선 지금과 같은 상황으로는 민주당이 도덕성 위기를 극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서 불체포특권 포기를 비롯한 당 혁신과 관련해 “‘검찰 때문에 어떻다’ 이것은 계속해 오던 레토릭 아닌가. 지금은 그렇게 이것저것 따지고 할 겨를이 없다”며 “‘반 발짝만 나서도 낭떠러지 저 천길 아래로 떨어진다’라고 생각하면 풀 한 포기 잡는 절박한 심정으로 봐야 된다”고 말했다.

장동혁 국민의힘 원내대변인도 전날  논평에서 민주당의 이번 결정과 관련해 “‘쇄신도 아니면서 방탄인 것도 같은’ 아리송한 정치”라며 “이번 결정은 특권 내려놓기가 아니고 혁신은 더더욱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당 일각에서는 민주당을 향해 제기되는 도덕성 논란이 과장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온다. 민주당의 한 의원은 지난 17일 “민주당은 실제로 도덕성에 문제가 있다기 보다는 ‘도덕성 논란 프레임’에 걸려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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