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변식 양수발전, 에너지전환 시대에 적합...'국가 R&D 로드맵' 포함 필요

양수발전 모식도. 양수발전은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림=최재석 교수 제공
양수발전 모식도. 양수발전은 에너지전환 시대에서 새롭게 조명받고 있다. 그림=최재석 교수 제공

[데일리한국 안희민 기자]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중부발전, 한국동서발전, 한국남동발전이 새 양수발전사업자로 선정되면서 양수발전소 건설 지역주민들이 크게 환영하고 있다. 공사를 담당할 지역 건설·토목 기업들과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들은 양수발전을 새로운 사업기회로 삼고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양수발전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기기의 국산화가 관건이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최재석 경상대 명예교수는 4일 양수발전사업의 성공을 위해 핵심설비의 국산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교수는 현재 한수원에서 양수발전에 대해 자문을 담당하고 있다. 그는 양수발전이 에너지전환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핵심설비를 국산화해 양수발전 신설, 운영, 정비, 노후 교체에 만전을 기해야한다는 생각이다. 

최 교수에 따르면 이미 한수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한국전력 등이 양수발전의 국산화에 나서고 있다. 한수원은 2023년부터 100MW 이하 양수발전설비의 국산화를 진행 중이고, 한전도 한수원과 해수양수 국산화 방안을 협의했다. 앞으로 에너지기술 국가 연구개발(R&D) 로드맵에도 양수발전 핵심설비의 국산화 일정이 마련돼야 한다고 최 교수는 강조했다. 

양수발전은 전력이 남을 때 모터를 돌려 고지대에 물을 저장하고 필요시 고지대의 물을 방류해 전기를 생산한다. 

한국에선 이미 4.7GW의 양수발전이 청평, 청송, 예천, 산청 등지에서 가동 중이고, 영동, 포천, 홍천 등에서 1.8GW 규모로 건설될 예정이다. 2023년 12월 새 사업지로 선정된 영양·합천(한수원), 구례·봉화(중부발전), 곡성(동서발전), 금산(남동발전)에도 2035년까지 1.75GW의 양수발전소가 들어설 예정이다. 이를 위해 정부는 5조2000억 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 

새롭게 들어설 양수발전은 에너지전환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최 교수의 생각이다. 향후 다수의 재생에너지 설비가 전력계통에 유입될 예정인 만큼 발전이 불규칙한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흡수할 수 있는 기술을 채택할 필요가 있다.

널리 알려진 기술은 가역식(Reversible) 양수발전이다. 건설과 운영 경험이 풍부하지만 원전, 석탄발전 중심인 기존 전력계통에서 주로 활용됐기 때문에 에너지전환 시대에는 새로운 방식이 필요하다. 

최 교수가 주목한 방식은 가변속(DFIM) 방식과 별치식(Tenary) 양수발전이다. 

DFIM은 Double Fed Induction Machine의 약자로 응답성이 빠른 것이 특징이다. 일본이 이미 12곳에 설치해 운영하고 있다. 다만 기존 설비보다 1.3~1.4배 가격이 비싼 것이 흠이다. 펌프와 터빈을 별로도 설치하는 별치식 양수발전은 주파수 조정 폭이 넓은 것이 특징이지만 가격이 기존 설비보다 1.7배 높다. 

양수발전 신기술은 기존 방식보다 가격이 높지만, 유럽은 가변속 방식과 별치식 양수발전을 늘리는 데 주력하고 있다. 최근 재생에너지가 급격하게 늘기 때문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자연에너지를 이용한다는 측면에서 연료비용이 ‘0’인 장점이 있지만, 발전이 불규칙하다. 그런만큼 양수발전 신기술을 채용해 재생에너지의 단점에 대응하며 전력을 저장할 필요가 있다. 그렇지 않으면 독일처럼 남아도는 전기를 이웃나라 폴란드에 돈을 주고 밀어내는 일이 벌어진다. 

한국의 양수발전 설비 비용이 미국보다 다소 낮은 만큼 양수발전 신기술의 높은 가격을 상쇄할 수 있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은 과제는 양수발전 신기술의 국산화다. 내달 윤곽이 나오는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3GW 규모의 양수발전 설치 계획이 반영될 예정이어서 국산화가 더욱 시급하다는 게 최 교수의 설명이다.  

이미 가변속 방식의 양수발전 기술을 가진 일본 기업이 한국에서 영업을 강화하고 있다. 어렵게 진행하고 있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과실을 외국에게 내준다면 에너지전환의 당위성을 확보하기 어려워지기 때문에 국산화가 더욱 필요해 보인다.  

양수발전의 신기술. 가변속 양수발전 기술은 불규칙하게 발전하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표=최재석 교수 제공
양수발전의 신기술. 가변속 양수발전 기술은 불규칙하게 발전하는 재생에너지의 단점을 보완할 수 있어 각광받고 있다. 표=최재석 교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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