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썩은 기득권의 줄 세우기와 계파정치 폭발." (윤상현 후보)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 (한동훈 후보)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한 사람에게 대표를 맡기기엔 위험." (원희룡 후보)

"충돌하는 대표, 눈치 보고 끌려다니는 대표 불가." (나경원 후보)

8일 오후 광주 서구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열린 국민의힘 7·23 전당대회 첫 합동연설회에서 당권 주자들은 한동훈 후보의 '김건희 여사 문자 읽씹' 논란을 염두에 둔 발언으로 기싸움을 이어갔다.

한 후보를 겨냥한 '배신자 프레임'부터 '문자 읽씹' 논란까지, 후보들 간 네거티브가 극한으로 치닫으면서 당권 주자들의 비전을 담아야 할 첫 연설회도 결국 진흙탕 싸움으로 전락했단 평이 나온다. 

논란의 중심에 선 한 후보는 "그렇게 당을 망가뜨리면서 이기면 뭐가 남느냐"고 물었다. 그는 "혹시 지금 우리 분열하고 있지 않나. 축제의 장이어야 할 전당대회에서 당 위기 극복과 전혀 무관한 인신공격과 비방으로 내부 총질을 하고 있지 않나"라고 지적했다. 

자신을 향한 원희룡 후보와 친윤(친윤석열)계의 공세를 '내부 총질'로 규정, 정면 반박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한 후보는 "저는 그러지 않고 있고 앞으로도 그러지 않겠다"라며 "여러분과 함께 만든 우리 윤석열 정부를 제가 끝까지 성공시키겠다. 우리 국민의힘의 열망인 보수정권 재창출 반드시 해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 후보는 연설 직후 기자들과 만나 “당 대표가 되더라도 영부인과 당무 관련 대화를 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원 후보 측에서 제기한 '사천 의혹'에 대해 “마치 청담동 룸살롱 논란을 제기한 첼리스트와 똑같은 것”이라며 “그런 사실이 있으면 즉시 후보에서 사퇴하겠다”고 잘라 말했다. 

원 후보는 "아직 팀의 정체성을 익히지 못하고 팀의 화합을 이끌어내지 못하는 사람에게 당 대표를 맡겨서 실험하기엔 너무 위험하다"고 한 후보를 겨냥했다.

문자 논란으로 점화된 윤-한 갈등을 에둘러 언급, 한 후보에 견제구를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그는 "잘못된 것은 밤을 새워서라도 대통령과 토론하고 설득하겠다.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해도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나경원 후보는 치열한 신경전을 이어가는 한 후보와 원 후보를 싸잡아 비판했다. 나 후보는 "국민의힘이 못난 모습으로 이재명의 민주당을 이길 수 있겠나. 우리끼리 싸우고 갈라치고, 줄 세우고 줄 서고, 절대 안 된다"면서 "다 같이 망하는 전당대회인가, 흥하는 전당대회인가. 갈라치기 전당대회인가, 하나 되는 전당대회인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나경원은 국민의힘을 하나로 하겠다. 사사건건 충돌하는 당 대표, 눈치 보고 끌려다니는 당 대표로는 안 된다"며 "나경원이 대통령 잘하는 것은 팍팍 밀어드리고, 대통령이 민심과 멀어지면 쓴소리 거침없이 하겠다"고 했다.

윤상현 후보는 "지난 총선의 궤멸적 참패 이후에도 우리는 변화의 몸부림 없이 공동묘지의 평화 속에 사실상 죽어있다"며 "지금이 우리 당이 변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우리 당을 '폭망'하게 만드는 것은 썩은 기득권의 줄 세우기와 계파정치다. 우리 당의 썩은 기득권을 폭파하겠다"고 말했다.

후보들의 난타전에 당내 위기감도 고조되는 분위기다. 서병수 선거관리위원장은 연설 직전 당권 주자들과 가진 비공개 간담회에서 비방전 자제를 요청했다고 전해졌다. 

서 위원장은 간담회가 비공개로 전환되기 전 "앞으로 좀 건전하게 전당대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해 후보자가 마주앉아 서로 간 공감대도 (형성했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원 후보와 한 후보 사이에 앉은 나 후보는 "두 분 싸우지 마시라고 제가 가운데 있는 것"이라며 농담을 하기도 했다. 

◇ 韓, 사과 필요성 제기에 "제가 어떤 사과를 해야 하나"

한 후보의 '문자 묵살' 논란으로 전당대회가 계파갈등으로 비화하자, 후보들은 일제히 '한 후보의 선제적 사과'를 촉구했다. 

윤 후보는 연설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안타까운 마음이 있다"면서도 "한 후보가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이 맞다. 사과를 하든지 우리 당원이나 국민 마음을 헤아리는 입장을 정해 끝내는 게 좋겠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나 후보는 "당연히 한 후보가 사과해야 한다"라며 "여러 해석의 논란 이런 것을 다 뛰어넘어, 그 소통의 기회를 차단했다는 자체만으로 (한 후보가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으로서의 역할을 다 하지 않은 것"이라고 일침을 놨다. 

다만 한 후보는 이에 대해 "제가 사과할 일이 있나. 어떤 사과를 해야 하느냐"며 단칼에 거절했다. 

그는 "이 문제가 미래를 얘기해야 할 전당대회에서 인신공격용으로 쓰이는 데 대해 안타까운 마음"이라며 "오로지 저를 막아보겠다는 그런 생각으로 만들어진, 계획 하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 후보는 또 "여러 차례 (김 여사의) 사과가 필요하다는 뜻을 전달했고, 그것에 대해서 (제가) 큰 피해까지 입은 상황"이라며 "나·윤·원 후보는 그때 '사과가 필요하다'고 어떤 식으로든 얘기하지 않았다. 왜 그때는 아무 말도 안 했나"라고 역공을 폈다. 

원 후보는 한 후보의 의사에 "휴전, 자제 요청을 하루라도 지키는 시늉이라도 해야 하지 않겠느냐"며 거듭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