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환경 변화로 위기 극복 노려
다가올 리스크 해결엔 노력 필요

최근 대표를 교체한 KB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최근 대표를 교체한 KB저축은행.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동수 기자] 이자 비용 상승 등으로 손실이 커진 저축은행들이 최근 새 대표를 선임하며 변화를 주고 있다. 일부 저축은행에선 유리천장을 깨고 사상 첫 여성 경영자까지 선임했지만 올해 경영환경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업계에서는 새 대표들이 조직 안정과 실적 향상은 물론 건전성 관리라는 과제를 충실히 해결해야 위기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8일 저축은행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표를 교체한 곳은 △KB △NH △한국투자 △BNK △상상인 △상상인플러스 등이다. 새 대표들은 1966~1970년생으로 내부 승진을 했거나 지주사에서 자리를 옮겼다.

특히 KB금융그룹 계열사 가운데 KB부동산신탁과 함께 적자행진이 계속되고 있는 KB저축은행은 사상 첫 여성 최고경영자(CEO)로 서혜자 KB금융 준법감시인 전무를 선임하며 이례적 변화를 맞이했다. 서 대표는 1966년생으로 경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후 국민은행에서 인재개발부장, 상인역지점 지역 본부장 등을 거친 인물이다.

서 대표는 KB금융 계열사 중에서는 김해경 KB신용정보 전 대표, 박정림 KB증권 전 대표, 조순옥 KB신용정보 대표에 이어 네 번째 여성 CEO이자 2012년 KB저축은행이 출범한 후 약 10년 만에 처음으로 유리천장을 깬 인물이 됐다. 전체 79개 저축은행 중에선 서순희 평택저축은행 대표 다음으로 두 번째 여성 CEO이기도 하다.

이에 앞서 NH저축은행도 오세윤 농협손해보험 마케팅 총괄 부사장을 새 대표로 정했다. 1966년생인 오 대표는 농협은행에선 부산대지점장, 기장군지부장 등을 지냈고 농협중앙회에선 부산지역본부장을 역임했다. 그룹에선 오 부사장이 그간 채권관리 분야에서 쌓은 전문역량을 통해 안정적인 건전성 관리를 기대하고 있다.

지난 2001년 한국투자저축은행에 입사한 이후 리테일사업본부장, 전무 등을 지내다 지난해 11월 선임된 전찬우 한국투자저축은행 대표와 부산은행을 거쳐 BNK지주에서 전무, 부사장 등을 역임한 김영문 BNK저축은행 대표 역시 내부 승진을 통해 혁신을 이끌게 됐다.

상상인그룹의 저축은행 계열사인 상상인저축은행과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도 대표의 변화가 있었다. 이재옥 상상인저축은행 감사가 상상인저축은행 대표로 선임됐으며 이인섭 상상인저축은행 대표는 상상인플러스저축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반면 신한금융과 하나금융은 계열 저축은행은 기존 대표들의 연임을 결정하며 조직 안정에 최우선을 뒀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매년 인사가 있었지만 올해 특히 대표 변경이 잦다"며 "변화를 통해 위기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업황·실적 악화에 역량 갖춘 CEO로 교체

저축은행들이 최고경영자를 연이어 교체하는 배경엔 업황·실적 악화가 있다. 이자 비용 상승 등으로 손실이 커지며 지난해 여·수신액 모두 10조원에 넘게 급감한 저축은행들은 영업 확대보다 건전성 관리에 중점을 두고 관련 역량을 갖춘 CEO들을 선택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저축은행의 지난해 말 기준 수신 잔액은 107조14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말(120조2384억원)보다 13조893억원(10.89%) 줄어든 금액이다. 여신 역시 작년 말(104조936억원)에 비해 10조9347억원(9.51%) 감소했다.

특히 대표를 교체한 저축은행 6곳은 지난해 실적이 급감하며 교체 목소리가 거셌던 곳들이다. 한국투자저축은행을 제외한 5곳은 지난해 3분기까지 순익이 적자 수준이었으며 한국투자저축은행 순이익도 114억원으로 전년 대비 81.2% 쪼그라들었다. 건전성 지표인 고정이하여신비율(NPL)도 모두 1년 만에 상승했다. 이에 해당 저축은행들은 수익성 악화 위기를 타개할 최우선 방안으로 대표 교체를 단행했다.

실제 KB저축은행을 이끌게 된 서 대표는 KB금융그룹 내부통제 체질 개선 경험을 바탕으로 준법‧법무, HR, 영업 등 다양한 직무를 거치며 계열사 엽무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으며 리스크와 수익성을 고려한 내실성장을 추진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대표 교체가 잦은 건 아니지만 변화는 필요한 시점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라며 "현재의 위기를 타개할 방법을 찾는 게 새 대표들의 숙제가 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선 새롭게 항해의 키를 잡은 저축은행 새 대표들이 장기적인 비전을 제시하며 활력을 불어넣어 주길 기대하고 있다. 특히 저조한 경영 성과와 다가올 리스크를 해결하고 적자 탈출과 자산건전성 회복이라는 과제도 해결하길 원한다.

다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대출 연체율 등에 따라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늘고 조달 금리 상승이 올해도 예상되면서 향후 전망은 밝지 않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부동산 PF 충당금 부담이 여전하고 2022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고금리 경쟁으로 인해 높은 조달 비용을 감당하면서 이익이 크게 줄었다"며 "신규 대출을 줄이고 기존 채권을 정리하는 방식으로 수익성과 건전성을 챙기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경영 능력이 필요한 상황이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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