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처뿐인 영광” 비판 쇄도...전당대회 출마 '불가론'도
이재명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 겸허히 받아들일 것"
박지현·윤호중 등 지도부 총사퇴 수순 예상
[데일리한국 이지예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17개 광역단체장 중 경기·전북·전남·광주·제주 등 5곳을 지키는 데 그치며 참패한 가운데 이재명 당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은 인천 계양을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돼 여의도 입성에 성공했다.
이를 두고 당 내에선 “이재명 살리자고 민주당 죽었다” “상처뿐인 영광” 등 비판이 쇄도하며 지방선거 참패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이 부상하는 모양새다. 이 위원장은 국회 입성 후 차기 당권을 잡고 대선에 나설 것이라는 경로가 유력하게 거론됐으나 지선 참패를 계기로 ‘당권 불가론’에도 힘이 실리고 있어 차기 전당대회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조응천·박용진 민주당 의원은 2일 ‘이재명 책임론’을 띄우고 나섰다.
이 위원장과 가까운 사이로 알려진 조응천 의원은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이번 선거와 관련해 "대선 패배에 일정 부분 책임 있는 사람이 말을 뒤집고 이번에 출마한 것(이 패배의 이유)"라고 했다. 그는 이어 "(이재명 의원은) 상처뿐인 영광"이라며 "이번 재보궐 선거에 나온 이유 중 하나가 전당대회 출마를 염두에 두지 않았을까 생각하는데, 오히려 자기가 발목 잡혀 전당대회에 출마하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용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의 책임론을 피할 수 없을 거라고 본다"며 "이 위원장이 혁신의 주체인지, 오히려 쇄신의 대상인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고 날을 세웠다. 그는 "(선거에서) 기대했던 것만큼 '이재명 효과'를 얻지 못했다"고도 했다.
박 의원은 또 이 위원장을 향해 "앞으로 당 대표가 혁신의 주체로 나설텐데 이 위원장이 혁신의 주체라고 주장할 수 있을지 본인이 판단을 좀 해야 할 것"이라며 "당 대표에 도전하는 것보다는 한 걸음 좀 물러서서 전체 판에 대한 일정한 조율과 숙고의 시간을 가졌으면 좋겠다"며 에둘러 당권 도전 포기를 권했다.
SNS를 통해서도 이 위원장을 향한 책임론과 자성의 목소리가 확산하고 있다.
3선 중진인 이원욱 민주당 의원도 전날(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재명 친구. 상처뿐인 영광! 축하합니다"라고 비꼬았다.
이어 이 의원은 2일 새벽 장문의 글을 올려 “항간에서 얘기하듯 이재명 후보는 본인의 당선을 최선의 가치로 여기고 계양으로 '도망'갔다. 경기지사 선거의 패배를 예고한 행위였다”면서 “강성 지지자의 요구대로 비대위는 서울에서 송영길 후보는 경선을, 이재명 후보는 단수 전략공천을 결정했다. 계양을에 준비하던 후보가 있었음에도 왜 이재명 후보가 경선없이 단수 전략공천 되었는지 설명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박지원 전 국정원장도 전날(1일) 지방선거 출구조사 결과가 발표된 직후 이 위원장의 홀로생환을 겨냥한 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자생당사(自生黨死·자신은 살고 당은 죽는다)"라고 적었다.
박 전 국정원장은 "(지상파) TV 3사, JTBC 출구조사를 시청하고 밖으로 나와 정처 없이 걷는다. 이 책임을 누가 질까"라며 "자기는 살고 당은 죽는다는 말이 당내에 유행한다더니. 국민의 판단은 항상 정확하다"라고 했다. 이어 "광주의 투표율을 보며 길을 찾으시라"면서 "당이 살고 자기가 죽어야 국민이 감동한다"라고 덧붙였다.
민주당 당권 주자 중 한명인 ‘친문’ 홍영표 의원은 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고 적었다. 그는 이 위원장을 겨냥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며 "국민과 당원들의 뜨거운 지지를 받고도 패배한 대선에 대해 성찰도 반성도 하지 못했다. 그 결과, 이번 지방선거를 대선 시즌 2로 만들고 말았다"고 지적했다.
국회부의장을 지낸 이석현 전 민주당 의원은 이날 새벽 페이스북에 "한 명 살고 다 죽었다"며 "면피용 반성문, 진정성 없는 혁신에 국민은 식상하다. 쇄신은 책임 큰 사람들이 물러나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영선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날 "몇몇 분들이 지난 5월 7일에 썼던 제 글을 보내주셨다"며 "조선시대 '고양이 탈을 쓴 호랑이'를 그린 민화의 주인공은 어떤 심정으로 호랑이 몸짓에 고양이 얼굴을 그렸을까"라는 글을 적었다.
박 전 장관은 지난달 7일 페이스북에 인천 계양을에 이 위원장을 공천한 것을 두고 "명분과 실리를 놓고 정치권이 다시 시끄럽다. 그런데 이번에는 시끄러움이 연기로 훈제되면서 내면으로 스며드는 느낌이다"며 "계양과 분당에 대한, 그저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상황 속에서 훈제를 위한 연기는 살 속으로 소리없이 파고 들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명분은 정치인이 쌓은 시간에 비례하고 실리는 정치인이 어떤 전장을 택하느냐와 직결된다. 박지현은 '민주당의 명분'이라는 표현을 썼으나, 그것은 시간이 지나면 '화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왕지사 이렇게 된 것 ‘크케 품고 눈 감아 주자’는 조언도 있다. 그러나 그러기에는 다가올 미래가 너무 혼란스러워 보인다. 원칙과 공정이라는 가치 앞에 더 혼란스러워지는 마음이다”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냈다.
한편 민주당 지도부인 윤호중·박지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도 총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오전 선거 완패에 대한 ‘이재명 책임론’ 등에 대한 질문에 윤 위원장은 “회의를 통해 의논한 뒤 발표하겠다”고 말했고 박지현 위원장은 ”혁신의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 것에 아무래도 큰 책임이 있다 생각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 위원장은 당선 직후 소감을 묻는 질문에 "이번 선거는 예상됐던 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국민들의 따가운 질책과 엄중한 경고를 겸허히 잘 받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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