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형' 윤호중·박지현 비대위, 81일 만에 해체
계파 갈등 감지…'졌잘싸' 이재명 책임론 급부상
[데일리한국 박준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또다시 리더십 공백 사태를 맞았다.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민심의 철퇴를 맞은 까닭이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 패배 이후 지도부 총사퇴로 윤호중·박지현을 투톱으로 한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했지만, 석 달도 안 돼 퇴진하면서 민주당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고 있는 모양새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이번 지방선거에서 민주당은 광역단체장선거가 치러진 17곳 가운데 광주, 전남, 전북, 제주, 경기 등 5곳에서만 승리하는 데 그쳤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서울, 인천, 부산, 경남, 울산, 대구, 경북, 충남, 충북, 세종, 대전, 강원 등 12곳을 가져갔다.
새정부 출범 22일 만에 치러진 선거였던 만큼, 민주당의 상대적 열세가 전망되기도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에서는 민주당의 참담한 성적표가 예고된 일이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대선 패배 이후 꾸려진 윤호중·박지현 중심의 비대위가 ‘관리형’에 그치면서 돌발 악재에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서울시장 공천과정에서 송영길 후보에 대한 컷오프(공천배제)를 번복하면서 당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고, 최강욱 의원의 성희롱성 발언에 대한 늑장 대처와 중진인 박완주 의원(충남 천안을)의 성 비위 의혹에 대한 비판도 정면으로 맞아야 했다. 여기에 당을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할 책임이 있는 윤호중·박지현 공동비대위원장은 '86(80년대 학번, 60대생) 용퇴론'을 두고 파국 직전까지 갔다가 겨우 갈등을 봉합했다.
2006년 지방선거에서 한나라당(현 국민의힘)에 12곳을 내준 뒤 가장 큰 패배를 당한 만큼, 지도부 총사퇴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인다. 민주당은 우선 새 지도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박홍근 원내대표의 비대위원장 직무대행 체제로 전환하기로 했다. 또한 의원총회와 당무위원회, 중앙위원회 등의 절차를 거쳐 비상기구를 새롭게 출범하기로 했다.
‘비대위의 비대위’에 당을 맡긴 민주당은 속수무책으로 침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당 안팎에서는 벌써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 간 계파 갈등도 감지되고 있다. 당장 친문계 의원들은 ‘나 홀로 귀환’한 이재명 총괄선대위원장과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했던 송영길 전 대표의 책임론을 꺼내 들었다. 대선 패배를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를 포장, 보궐선거에 직접 등판한 것은 무리수였다는 지적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민주당은 (대선)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에 '졌지만 잘 싸웠다'고 자찬하며 패인 평가를 밀쳐뒀다. 더 정확히 말하면 그런 과정을 정략적으로 호도하고 왜곡했다"며 "책임지지 않고 남 탓으로 돌리는 것, 그것이 아마도 국민께 가장 질리는 정치행태일 것인데 민주당은 그 짓을 계속했다"고 지적했다.
문재인정부에서 행정안전부 장관을 지낸 전해철 의원도 쓴소리를 냈다. 그는 “대선 패배에 책임 있는 분들이 필요에 따라 원칙과 정치적 도의를 허물고 누구도 납득하지 못할 변명과 이유로 자기방어와 명분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며 “선거 패배에 책임이 있는 분들은 한발 물러서 객관적으로 원인을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본적인 토대를 만들어 줘야 한다”고 꼬집었다.
친문의 핵심으로 꼽히는 홍영표 의원도 "사욕과 선동으로 당을 사당화시킨 정치의 참담한 패배"라며 "대선 이후 '졌지만 잘 싸웠다'는 해괴한 평가 속에 오만과 착각이 당에 유령처럼 떠돌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이 위원장의 측근으로 알려진 정성호 의원은 "국민의 호된 경고를 받고도 민주당이 기득권 유지에 안주한다면 내일은 없다"며 "사심을 버리고 오직 선당후사로 단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친명계로 분류되는 양이원영 의원도 "제대로 싸우고 실력을 보여줘야 견제세력으로 인정받을 텐데, 협치를 외치면서 번번이 자리를 내주고 제대로 싸우지 않는데 우리 지지층이 보기에 우리가 뭐가 예쁘다고 찍어 줄 맛이 나겠냐"며 "특정인을 겨냥해서 책임을 뒤집어씌우는 형식은 제대로 된 평가라고 볼 수 없다. 내용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편 국회 입성에 성공한 이 위원장은 2012년 대선에서 패배한 뒤 원내에 진입해 당권을 잡았었던 문재인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아 오는 8월 열리는 전당대회에서 당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기사
- 尹대통령 국정수행 ‘긍정’ 54%...민주당 지지율 20%대
- '여대야소' 지형 바뀐 서울시의회...최고령 74세 윤종복 당선인
- 민주당 비대위 총사퇴..."6·1 지방선거 참패 책임"
- 친문, 연일 ‘李 책임론’ 거론...“비판 자제한 것 후회스러워”
- 이재명 방어 나선 이수진 “민주 구태 정치인들, 마녀사냥 말라”
- 민주당, 오후 의원총회 열고 '새 비대위 구성' 논의
- 이재명, 선거 패배 책임론에 “낮은 자세로 겸허히 듣는 중”
- 민주, 비상대책위원장에 4선 우상호 의원 추대
- 친문 홍영표 “이재명 지지자들 공격, 조직적 배후 있어”
- 민주, 이재명 ‘당대표 출마’ 두고 설왕설래 “당선유력” vs “불출마해야”
- 민주 ‘차기 당대표’, 이재명 32.1% 김부겸 26.3% 우상호 4.5%
- 민주, ‘우상호 비대위’ 인준투표 시작...3시 종료 후 의결
- 민주 ‘우상호 비대위’ 공식 출범...92.7% 찬성
- 강병원, 당대표 출마 시사...“역사적 사명이라면 피할 수 없어”
- ‘최강욱 징계 압박’ 박지현 메시지에 김용민 “이해 안가”
- 민주 전대위, 룰 변경 가능성 시사...‘당원 비율 확대’ 친명계 요구 반영되나
- 고민정, ‘최강욱 처벌 아쉽다’는 박지현 향해 “신중한 행보 필요”
- 이원욱, 이재명·홍영표·전해철에 "이번 전대 출마 말라"
- ‘친문 핵심’ 전해철 전대 불출마 선언 “저부터 내려놓겠다”
- 민주 워크숍 시작...“확실한 쇄신과 탄탄한 단합의 길 찾았으면”
- 고용진 "홍영표, 이재명에 동반 불출마 요구...李 108번뇌 중"
- 민주당, 워크숍서 자성 쏟아져…"진보정당으로서 민생 중심 노선 지킬 것"